2024년 09월 23일(월)

"아내는 폐지 줍더라"…'고문도 예술'이라던 영화 '1987' 고문기술자 이근안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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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그것이 알고싶다'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그것이 알고싶다'가 군사독재 시절 각종 고문기술을 고안해 악명을 떨쳤던 '고문기술자' 이근안의 근황을 전했다.


지난 2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1980년 대 무고한 시민들을 고통스럽게 했던 고문 가해자들의 현주소를 조명했다.


이날 '그알' 제작진은 과거 치안본부 대공수사단 소속 형사로 근무한 이근안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영화 '1987'과 '남영동 1985'에 나오는 고문관들은 실제 고문팀 '박처원 사단'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그중에서도 고문기술자 이근안은 '지옥에서 온 장의사'로 불릴 만큼 잔인한 고문법으로 모두가 두려워하는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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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SBS '그것이 알고싶다' 


남영동 대공분실로 끌려온 피해자들을 재우지 않으려 방안에 쥐를 풀어놓고, 영장도 없이 40일 넘게 감금하며 구타했다.


손발에 포일을 감아 전류를 흘려보내는 전기고문, 얼굴에 천을 덮어 물을 붓고 숨 못 쉬게 하는 고문, 억지로 물을 먹인 뒤 배 위를 눌러 역류하게 만드는 고문 등 그가 자행한 고문 방식만 수십 가지가 넘는다.


피해자의 입에서 '간첩입니다'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고문했다는 그는 재직 기간 중 간첩검거로만 16차례 표창을 받았다.


독재 정권이 무너지고 이근안은 10년 10개월간 도피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불법고문 혐의를 받고있던 그는 공소시효 7년만 버티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는 집안에 고성능 CCTV 등 보안장치를 설치했으며 안방, 다용도실, 화장실과 연결된 '비밀의 방'도 만들었다. 


이근안은 도피생활 중 당뇨와 고혈압, 디스크까지 왔지만 병원 치료를 받으면 발각될 수 있어 이마저도 참으며 10년 넘게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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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SBS '그것이 알고싶다'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취임하고, 본인의 나이도 60세가 넘으면서 이근안은 자수를 선택한다.


2000년 불법감금 및 독직가혹행위죄로 기소된 이근안은 징역 7년을 선고받고 여주 교도소에서 복역했다.


'그알' 제작진은 무고한 국민들을 죽음 가까이 몰아세웠던 이근안을 만나기 위해 집 앞을 찾아갔다. 그러나 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집 옆에는 폐지만이 가득 쌓여 있었다. 옆집에 사는 주민에게 이근안이 집에 없냐고 묻자 "안 열어주는거 아니에요?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은 "이근안은 못 보겠더라고. 부인은 매주 폐지 주우러 다니거든"이라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근안과 전화통화가 연결됐다.


이근안은 "일절 평생 인터뷰 안하기로 했다"며 대화를 거절했다. 제작진이 김제 가족간첩단 사건을 언급하자 그는 "재론하고 싶지 않다. 병중에 있다"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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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SBS '그것이 알고싶다' 


이날 방송에는 이근안 외에도 당시 남영동에서 고문을 일삼았던 수사관들이 모두 제작진의 연락을 회피하거나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는 모습을 보여 공분을 샀다.


한 수사관은 "30년 넘은 일인데 뭘 지금 그런 걸 캐느냐"며 제작진을 나무랐고, 또 다른 고문기술자는 "내 기억엔 고문은 없다. 문제가 됐으면 왜 그때 재판부에 항의 안 했냐"고 되물었다.


심지어 겨우 무죄를 선고받은 피해자들을 여전히 '간첩'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했다.


이와 관련 한홍구 교수는 "과거사 위원회 사건조사에 가해자는 이름이 다 'O O O'으로 처리돼 있다"며 "다른 나라에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오만하고 뻔뻔한 이유는 기록이 안돼서 그렇다"고 밝혔다.


'그알'이 공개한 독재 정권 '고문가해자 집'과 '고문피해자 집''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공개된 과거 군부독재 시절 고문 가해자의 집과 피해자의 집이 시청자 사이에서 공분을 사고 있다.


영화 '1987' 고문기술자 실제 인물, "나는 돌아가도 똑같이 할 것이다"영화 '1987'이 흥행하면서 당시 고문 기술자로 악명을 떨쳤던 실존 인물 이근안의 발언이 화두에 오르며 공분을 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