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 화재 현장을 찾아 유가족을 위로하고 수습 상황을 점검했다.
문 대통령은 27일 오전 밀양 화재 참사 합동 분향소와 화재 현장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지난 제천 화재 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청와대가 재난의 컨트롤 타워'라는 문재인 정부의 입장을 확고히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합동 분향소 내 영정에 헌화하고 한참 동안 고개를 숙여 조의를 표한 뒤 유가족들을 만나 위로를 전했다.
유가족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한 시민은 "소방관들이 너무 고생하고 장비가 열악했다. 소방관이 정말로 국민을 위해서 헌신할 수 있게끔 우리 밀양에도 좀 관심을 많이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내년이 아니라 당장 올해부터 하겠다"고 답했다.
또 다른 시민은 "사람이 아프고 약해질 때 찾는 곳이 병원인데 병원에 와서 목숨을 잃은 것이 어이없고 화가 난다. 대통령님이 꼼꼼히 챙겨 기본부터 제대로 해주십시오"라고 말했고, 한 유가족은 "참여 정부 시절 만든 재난 대응 매뉴얼이 다 없어졌다고 하는데 그것을 다시 찾아 운영해주십시오. 어떤 소방 장비는 소방관이 사비로 구입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대통령이 이런 상황을 알고 있습니까? 대통령이 직접 신경 쓰고 챙겨주십시오"라고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한 여성 유족이 몸을 가누지 못하고 오열했고 이를 본 문 대통령은 여성 유족의 어깨를 감싸고 진심으로 위로했다.
이후 합동 분향소를 나온 문 대통령은 약 1백m 떨어진 사고 현장까지 이동하는 길에 최만우 밀양 소방서장으로 부터 간략한 상황 보고를 받았다.
보고를 다 받은 문 대통령은 "소방관들은 이번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결과가 안 좋으면 원망을 듣는 게 숙명인데 국민이 응원하니 잘 하시리라 믿는다. 이번에는 출동이나 대응이 초기에 잘됐다는 평가가 있다"며 "연기 때문에 질식해 사망하신 분들이 많으니 특별히 관심을 가져달라. 밀양 차원에서도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고 있으니 함께 노력합시다"고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참사 희생자에 대한 위로와 국민에 대한 송구함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안전한 나라를 다짐하고 있는데도 참사가 거듭되고 있어 참으로 참담하고 마음이 아프다"며 "국민께 참으로 송구스러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번 화재 사고는 지난번 제천 화재 사고와는 양상이 다른 것 같다"며 "소방대원들이 비교적 빨리 출동하고 초기 대응에 나서서 화재가 2층으로 올라가는 것을 막았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또 건물 안전관리 체계와 관련해 "요양병원과 성격상 큰 차이가 없는 데도 요양병원과 일반병원은 스프링클러나 화재방재 시설의 규제에서 차이가 있고, 바닥 면적이나 건물의 면적에 따라 안전관리 업무에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건물을 이용하는 이용자 상황에 따라서 안전 관리 의무가 제대로 부과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화재 관련 안전 관리를 강화하고, 또 현실화할 수 있도록 점검을 확실히 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건물주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세제나 지원 등을 통해서 가급적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대책을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돌아가신 분들의 경우에는 사인을 확인하기 위한 검안 절차를 마쳐야 입관을 할 수 있고, 장례식장을 확보해야 장례 치를 수 있다"며 "사후 여러 지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지원을 위해 이번에는 보건복지부가 중앙수습본부를 맡고, 행정안전부가 사고수습지원본부를 맡았다"며 "밀양시가 양 부처를 비롯해 정부 부처와 긴밀히 협력해서 사후 조치에서도 유가족들이 안타까운 마음을 갖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문 대통령은 "병원 안에 있는 환자를 피신시키고 이송하는 과정에서 밀양 시민들이 많은 도움을 주셨는데 밀양 시민께도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소방청은 이날 오전 6시 기준으로 밀양 세종병원 화재의 사상자가 188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37명, 부상자는 151명이다. 부상자 중 중상자는 9명이며 2명은 의식불명 상태다. 나머지 142명은 경상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