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나영 기자 = 하나부터 열까지 바늘에 실이 따라가 듯 평생 함께할 줄로만 알았던 친구.
매일 만나 수다를 떨고, 밤새 전화기를 붙든 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우던 친구가 어느 날부터 약속조차 잡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당신은 친구의 행동에 큰 거리감을 느껴 서운함을 토로하거나 아예 친구를 점점 멀리하게 될지도 모른다.
죽고 못 살던 친한 친구가 사랑에 빠져 '연애'를 시작할 경우 동성 친구 사이에는 조금씩 금이 갈 수밖에 없다는 말이 어쩌면 현실일 수도 있겠다.
최근 옥스퍼드대 진화 심리학자 로빈 던바 교수는 "연애를 시작하면 평균 2명의 친구를 잃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연구진은 평균 나이 28세의 성인 남녀 540명을 대상으로 친구 혹은 연인 관계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먼저 간단한 설문조사를 통해 '절친'이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몇 명 정도 있는지 물었다. 그 결과 남성은 평균 4-5명, 여성은 5-6명을 가지고 있었다.
이때 절친의 기준은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얼굴을 보거나, 아무 때나 연락해도 어색하지 않고, 필요할 때 지체 없이 달려와 줄 만한 친구들을 말한다.
하지만 아무리 친한 사이여도 '연애'를 시작하면 보통 2명 정도의 친구와 서먹서먹해지거나 조금 멀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연구진은 "보통 친한 친구가 5명이었다면 연애를 시작하면 자연스레 자신의 테두리 안에 둔 친구를 4명으로 줄이는 경향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구 1명과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신경을 써줄 수 있는 반경에 놓인 친구의 수 자체를 4명으로 줄인다는 말이다. 따라서 줄어든 4명 가운데 1명을 연인으로 보면 결과적으로 멀어진 친한 친구의 수는 2명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부분의 사람이 사랑을 시작하면 주변 친구들에게 조금씩 소홀해지고, 연인에게 집중하면서 친구 사이가 점점 멀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연구를 이끈 던바 교수는 "사랑에 빠지면 연인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라면서 "관심이 온전히 애인에게 집중돼 그전에 많은 것들을 함께 했던 다른 사람들을 보지 않게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행동은 정말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와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며 "적절히 관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한 사람에게만 빠져 더 오래 함께한 친구를 잃는 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던바 교수는 친한 친구들과 멀어지는 요인이 반드시 새로운 애인뿐만은 아니며 자녀나 애완견, 식물 등으로 인해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연구 결과는 '영국과학축제' 학술회의에서 발표됐다.
김나영 기자 nayo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