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민주주의를 외쳤던 수많은 시민들의 피와 희생이 담긴 영화 '1987'이 670만명을 돌파하며 장기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1987년을 살았던 중장년층은 죽어나간 열사들을 지키지 못한 마음에 미안해서, 10~20대 어린 관객들은 그들의 희생이 감사해서 눈물을 흘렸다.
보는 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했던 영화 '1987'. 그 중에서도 관객들을 펑펑 눈물 쏟게 했던 장면이 있다.
영화에서 서울대생 박종철(여진구 분)은 함께 운동한 선배의 위치를 말하라는 경찰들의 질문에도 입을 열지 않았다가 물고문으로 사망한다.
진실을 은폐하려는 경찰들은 하루라도 빨리 시신을 화장하기 위해 급하게 부산에 살고 있는 박종철 가족들은 불러온다.
아들을 보여주겠다는 말에 따라나선 가족들은 장례식으로 데려가는 경찰에게 "대체 왜 이리로 데리고 오냐"며 묻는다.
그러면서도 절대 아들이 죽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 앞에는 믿을 수 없는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차가운 단상 위에 놓여진 아들의 영정사진에 가족들은 실성하고 말았다. 어찌된 일인지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더니 어느덧 아들의 시신은 화장터로 향하고 있었다.
재로 변해버린 아들의 유해에 어머니는 실신했고, 겨우 정신을 차린 아버지는 영정사진을 품에 꼭 안은 채 경찰이 마련한 검은 차에 올라탔다.
양지 바른 땅에 묻어주지도 못했다. 경찰은 아버지를 임진강 어느 강줄기로 데려갔다.
찬바람이 불던 1월의 어느 날, 아버지는 아들의 뼛가루를 강에 뿌렸다. 바람을 따라 날아간 뼛가루는 꽁꽁 얼어버린 강 위로 떨어졌다.
그 모습에 맨몸으로 강에 뛰어든 아버지는 아들의 재를 손으로 훔쳐 강물 아래로 흘려보냈다. "와 못 가고 있어 내 아들" 아버지의 피울음 섞인 통곡이 이어졌다.
힘없이 죽어간 아들과 그런 아들을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던 아버지는 "철아, 잘 가그래이. 이 아부지는 아무 할 말이 없데이"라며 아들을 떠나보냈다.
절대적인 독재권력 속에서 외마디 비명조차 질러보지 못하고 스러진 아들. 아들을 지키지 못한 아버지는 죄인이었다.
관객들은 아들을 향한 한맺힌 절규가 담긴 이 장면에서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해당 장면은 허구가 아닌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해 보는 이들을 더욱 가슴 아프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