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최근 멕시코에서 70대 유력 언론인이 차량 이동 중 피살당했다.
유력 일간지의 전 편집자가 총격으로 수술 도중 사망했다는 기사가 나온지 며칠 후의 일이었다.
멕시코에서는 1월에만 두 명의 언론인이 유명을 달리했다.
멕시코 경찰 관계자들은 현지 언론에 마피아들간의 세력 다툼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과 군대도 꼼짝 못 한다는 멕시코 마피아는 정경유착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끔찍한 일들을 저지른다.
멕시코의 상황은 두렵고 참담하지만 30년 전 우리 사회에서는 정부가 직접 나서 이러한 일들은 자행했다.
1980년 9월 시작된 제5공화국은 쿠데타로 시작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피살 이후 들어선 내각에 총칼을 들이대며 정권을 접수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전두환 정권은 영화(Screen), 스포츠(Sport), 섹스(Sex) 등 3S 정책으로 국민의 정신을 마취시켰다.
이른바 '우민화' 정책, 그들에게 가장 좋은 시민은 '정치에 관심 없는 시민'이었다.
시민이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는 사이 세금을 자신의 돈줄로 이용하고자 그들의 욕심이 폭주했다.
혹시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정부에 대립하는 세력으로 성장할 조짐이 보이면 정신을 개조해야 한다는 이유로 삼청교육대로 끌려갔다.
혹은 더 많은 사람을 잡거나 죄를 만들기 위해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젊은이들을 죽이고 불구로 만드는 고문 기술자들의 '예술'이 펼쳐졌다.
영화 '1987'은 지난해 수많은 국민들을 울렸던 영화 '택시운전사'의 후속편 같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민주화를 열망하는 많은 광주의 시민들이 무장한 군인들과 탱크, 수많은 포탄 앞에 그들이 '정의(定義)'라고 외치던 '적의(敵意)'에 희생당했다.
살해당한 사람들이 묻혀 흙으로 돌아가는 동안에도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다시 7년의 세월이 흘렀고 '6월 항쟁'으로 곪았던 상처들은 막을 수 없을 만큼 크게 터졌다.
1987년 6월 목숨을 걸고 호헌 철폐, 독재 타도를 외쳤던 전국의 수많은 사람이 결국 6.29 호헌조치 철폐와 대통령 직선제를 이뤄냈다.
아이러니하게도 직선제로 뽑힌 첫 대통령은 무력으로 수많은 생목숨을 앗아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친구 노태우였다.
그렇지만 노태우 전 대통령은 이전처럼 정권의 힘으로 국민의 목숨을 함부로 다루지 못했다. 국민의 힘을 보았기 때문이다.
2017년 12월 5일(현지 시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던 1,700만명의 촛불 시민들이 독일의 권위 있는 인권상 '2017 에버트 인권상'을 받았다.
1980년 광주와 1987년 6월 항쟁을 기억하는 우리의 시민 정신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또한 우리나라의 역사가 퇴보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순간이기도 했다.
전 대통령 박근혜는 최순실과 손을 잡고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해 '기부' 명목으로 기업에 돈을 받고 국가의 이권을 팔았고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통해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뺏고 투자를 방해했다.
세월호가 침몰했을 때는 모종의 이유로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하지 않아 300여명의 생목숨을 잃게 만들었으며 구하려 가려는 해군에게 "가지말라"는 지시를 내려 국민들을 더욱 분노케 했다.
피눈물흘리는 국민들에게 박 전 대통령이 남긴 것은 "이제 지겹다"며 그만 슬퍼하라는 말과 "혈세 낭비"라며 세월호 인양 거부였다.
국민을 매몰차게 배신한 박 전 대통령은 지금 국민의 손에 의해 철장 속에 갇혀있다.
그러나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전전 대통령인 이명박 대통령 또한 재임시절 저질렀던 온갖 비리로 인한 논란 속에 검찰수사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BBK, 다스, 특활비, 자원외교, 4대강 사업 등 굵직한 사건으로만 나눠도 한 손이 가득차는 MB의 비리는 주도면밀하게 계획돼 아직까지 국민의 혈세와 안보, 건강마저 잠식하고 있다.
지난해 미디어오늘과 에스티아이가 공동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에 대해 의견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76.2%가 "찬성한다"고 밝혔다.
좁혀 들어오는 수사망에 MB는 "나에게 죄를 물어달라"고 말했지만 검찰 수사에 응하겠느냐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영화 '변호인'의 부림사건 마지막 변론에서 송우석 변호사는 외친다.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좌파와 우파, 보수와 진보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어떤 권력이든 부패할 수 있다. 진정한 국민의 힘은 '지켜보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되찾아준 선배들이 그러했듯 바르게 보고 준엄하게 꾸짖을 줄 알아야 한다.
권력을 비판의 눈으로 바라보지 않는 순간 우리는 언제든 국민을 노예부리듯 하던 그 시절로 끌려갈 수 있다.
영화 '1987'에서 교도관 한병용이 조카 연희에게 재야인사에게 소식 전달을 부탁하며 말한다.
"이거 중요한거야 꼭 알려야돼. 억울하게 죽었는데 가만히 있어?"
가만히 있으면 죽는다. 다시는 역사의 퇴행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수많은 사람의 마음속에 1987년도가 기억되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영화 '1987'이 천만 영화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이하영 기자 hayo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