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비 기자 =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사망에 이르게 하며 '인류 최악의 전염병'이라 불리는 흑사병(黑死病·페스트).
그간 인간에게 흑사병을 퍼트린 주범은 쥐와 쥐에 기생하는 벼룩이라는 것이 '정설'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이를 뒤집는 연구 결과가 나와, 700년간 계속됐던 쥐에 대한 오해를 덜 수 있게 됐다.
지난 16일 영국 BBC는 쥐와 쥐에 기생하는 벼룩이 흑사병을 퍼트린 게 아니라 '인간' 몸에 기생하는 벼룩과 이가 흑사병 확산의 주범이라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University of Oslo)와 이탈리아 페라라대학교(University of Ferrara) 공동 연구진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를 통해 흑사병의 패턴과 규모 등 기록을 검토해 이같은 결론을 얻었다.
연구진은 9개 도시에서 흑사병으로 숨진 사망자들의 데이터를 통해 질병 역할 모델을 구축했다.
또 인간에 기생하는 이와 벼룩, 쥐벼룩이 붙어있는 쥐, 인간의 기침 등을 통한 공기 전파로 세 가지 모델을 만들어냈다.
그 결과 9개 도시 중 7개 도시에서 인간에 기생하는 이와 벼룩 모델이 흑사병을 가장 빨리 확산하고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를 이끈 닐스 스텐세스(Nils Stenseth) 교수는 "매우 명확한 결론"이라면서 "페스트균은 매우 강력해 감염 징후가 뚜렷한 만큼, 쥐를 통해 전파됐다면 쥐가 인간보다 우선적으로 영향을 받았을 것이고 인간 사이에서 그렇게 빠르게 전염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인간과 인간 사이 '공기 전파' 가능성 역시 낮다고 봤다.
한편, 흑사병은 현재도 아시아를 비롯한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 여전히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5년까지 3천 건이 넘는 흑사병 발병 사례가 보고됐고, 584명이 숨졌다.
황비 기자 be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