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권순걸 기자 =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볼 수 없었던 기자-대통령의 질의응답 시간이었다.
10일 청와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신년인사 및 청와대 출입 기자들과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지난해 5월 대통령에 당선된 뒤 처음 새해를 맞은 문 대통령이었기에 첫 신년 인사와 기자회견에 신경을 쓴 듯했다.
특히 기자들과 사전 질문지 전달 형식이 아닌 현장에서 직접 질문하고 답변하는 형식이 새로웠다.
문 대통령이 직접 질문하는 기자를 지목하고 답변한 뒤 참모들의 보충 답변을 이끌어냈다.
질의 응답 시작 직후 문 대통령은 질문하려 손을 드는 기자들의 수가 생각보다 많자 미소를 짓기도 했다.
문 대통령과 기자들의 질의응답 초반에는 긴장감 탓인지 다소 딱딱하게 시작됐지만 이내 긴장이 풀리자 미소를 띤 질문도 이어졌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내·외신 약 200여 개 언론사 기자들이 참석했으며 질의는 한 시간 넘게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에 별도의 답변지를 보지 않고 답했다.
기자들 질문 중에는 현재 이슈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의 공약사항 이행 여부, 경제, 정치, 경제, 남북문제 등 제법 날카로운 것들이 있었다.
TV를 통해 생중계된 기자들의 질문 중 여러 의미에서 문 대통령을 미소짓게 만든 기자들의 질문 4가지를 모아봤다.
1. TV조선 "위안부 합의 발표 있었는데 대통령이 만족할 만한 위안부 합의 결과가 이뤄진 수준이었는지. 청와대에서 위안부 할머니 재협상 파기 주장하셨는데 어제 그 수준 합의 결과 안 나왔다. 대통령 생각 궁금. 사드·원전 정당성 주장하는데 정책은 결국 실현, 공약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전날 발표한 한일 위안부 협상 재협상·파기 불가능 결론과 관련 질문이었다.
또 사드와 원전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을 묻기도 했다.
질문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전에 질문 한 개만 받겠다고 설명해 놓은 상황에서 나온 속사포 같은 질문에 문 대통령은 당황한 듯 웃음을 보였다.
결국 문 대통령은 위안부 관련 질문에만 짧게 답했다.
2. 워싱턴 포스트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지금부터 영어로 하겠다. 남북대화 성사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 공이 크다고 말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평창올림픽 전 북한 제재 중단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질문 초반 유창한 한국말로 문 대통령뿐만 아니라 참모, 기자들에게 놀라움의 웃음을 안겼다.
문 대통령은 이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공이 매우 크며 한국은 국제사회와 대북 제재를 함께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과 대화가 시작되긴 했지만 북행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별개로 독자적인 대북제재 완화 생각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3. 조선비즈 "대통령 비판 기사에 대통령 지지자들이 안 좋은 댓글을 많이 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격한 표현을 사용하는 지지자들에게 전할 말이 있는지"
해당 질문에서는 대부분 참석자가 폭소를 터뜨렸다.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문 대통령을 비판하거나 정부의 실책을 지적하는 기사에 대해 비판 댓글이 많이 달리고 있으며 기자에게 직접 들어오는 비난에 대한 불편함을 호소한 것이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아마 언론인들께서는 기사에 대해서 독자 의견 받으실 텐데 지금처럼 활발한 댓글 받는 게 익숙하지 않을지 모르겠다"라며 "기자분들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담담하게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너무 그렇게 예민할 필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4. 울산매일신문 "대통령이 직접 대답해주니 귀에 쏙쏙 들어온다. 취임 후 버라이어티한 일이 많았다. 대통령 공약 중 직접 기자들을 찾아 수시 브리핑을 약속했는데 왜 지금까지 없었는지. 대통령은 하고 싶어 했지만 참모들이 만료했는지. 앞으로 어떤 사안에 대해 수시 브리핑 할 것인지"
이날 기자회견의 마지막 질문이었다.
마지막에 등장한 더 많은 기자·국민들과 소통 계획을 묻는 말에 문 대통령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처럼 기자님들을 자주 만나고 싶지만 해외 일정도 많았고 다양한 일이 있었다"라며 "국민과 소통은 가장 중요하며 그 방법으로 언론과 소통하는 것이 핵심적인 일이다. 언론과 접촉을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장은 과거 어느 정부에서 본 적 없을 만큼 뜨거웠다.
어떤 기자는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을 가지고 참석했고 손팻말을 만들어 온 기자도 있었다.
지난 정부에서 볼 수 없었던 열띤 질문 경쟁에 문 대통령도 기분 좋게 대답했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질문 기회 못드린 분들 죄송하단 말하고 다음 기회 있다면 오늘 질문하지 못한 분들에게 기회 드리겠다"는 말로 기자들을 위로한 뒤 퇴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