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심연주 기자 = 동양권에 뿌리 깊게 박힌 유교 사상을 창시하며 지대한 영향을 미친 성인(聖人) 공자.
중국 고대의 사상가로 '인(仁)'을 중요시하며, 언제나 도덕적인 삶을 살아갈 것을 강조했다.
공자의 가르침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내려와 후대의 존경을 받고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공자를 둘러싼 괴기스러운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공자가 살아생전 죽은 사람으로 만든 젓갈을 즐겨 먹었다는 것이었다.
일파만파로 퍼져나간 소문에 사람들은 혼란스러워하기 시작했다.
과연 성인과 인육을 먹는 괴물 중 그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소문의 시작은 위나라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공자에게는 '자로'라는 제자가 있었는데, 그를 무척이나 아꼈다.
그런데 자로가 섬기던 왕자가 왕위 다툼에 휘말리게 됐고, 이 과정에서 그가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자로의 시신은 염장(鹽藏)돼 공자에게 보내졌다. 이를 본 공자는 그 뒤로 소금에 절인 음식인 젓갈조차 먹지 못했다고 기록돼 있다.
해당 기록에는 '해(醢)'라는 글자가 들어가는데, 여기에는 사람을 젓갈로 담근다는 뜻도 포함돼 있다.
사람들은 이를 잘못 해석해 공자가 인육 젓갈을 즐겨 먹었다고 오해하게 된 것이다.과거에는 실제로 사람을 젓갈로 담그는 형벌이 존재했다고 밝혀지면서 괴담이 사실처럼 보이는 데 한몫했다.
이 괴담을 확대 재생산한 것은 황문웅이라는 대만 사람이 쓴 '중국의 식인문화'라는 책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책에는 식인이 중국의 전통문화라고 말하며, 과거 인육을 즐겼던 중국인들을 나열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혐중 성향이 짙고, 일제 식민지 시대를 미화하는 인물 중 하나로 책의 내용 역시 근거 없는 낭설이자 편향된 주장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즉, 공자가 인육을 즐겨 먹었다는 소문은 하나의 괴담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공자의 뜻을 이어받은 맹자가 쓴 책 중에 "옛날에 공자께서는 '사람 모양의 인형을 만들어 그것을 순장에 쓰이게 한 자는 삼대가 멸할 것이다'라 하시며 사람의 형상을 한 인형조차도 귀히 여길 것을 역설하셨습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공양용으로 사람과 형체가 비슷한 인형을 사용하는 행위조차 하나의 희생으로 보고 이를 경계하는 가르침을 전한 것이다.
위대한 성인이 나타나면 그를 시기하고 깎아내리는 사람도 어디든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진정한 성인일수록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간다. 공자도 마찬가지였다.
그것만으로도 공자는 스스로 진정한 성인이라는 것을 증명한 것은 아닐까.
심연주 기자 yeonju@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