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멀리 떨어져 있으면 너무 보고 싶어 발을 동동 구르는 커플.
그러다가도 막상 만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날카로운 말을 내뱉으며 서로를 할퀸다.
눈만 마주치면 싸우고, 몸도 지치고 마음도 식어버려 끝내 이별을 선택한다.
이별 직후 모든 것이 해결될 것만 같았지만 서로 상대방을 잊지 못한다. 오히려 사귈 때보다 더 서로를 원하기도 한다.
결국 다시 만남을 이어가는 연인. 그러나 악순환일 뿐이었다. 똑같은 이유로 다툼을 반복하며 서로를 갉아 먹는다.
신기하게도 꽤 많은 사람들이 이같은 경험을 해봤거나 들어봤을 것이다.
'몇 번째 만남'인지 헤아리는 자체가 무색할 정도로 만남과 이별을 반복한다.
주된 이유는 잦은 다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떨어져 있으면 보고 싶고, 붙어 있으면 원수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도대체 왜 이런 것일까.
사주에서는 이러한 관계를 보고 "원진살이 끼었다"라고 표현한다.
원진살(元嗔煞)이란 흔히 말하는 '원수지간'이 될 운명을 의미한다. 서로의 궁합에 원진살이 있다면 그 사람과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부부나 연인 사이에서 서로를 아무런 이유 없이 미워하거나 증오할 때 원진살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로 인해 역술가들은 궁합을 볼 때 원진살이 있는 사이에서는 결혼은 물론 동업도 기피하라고 조언한다.
물론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미신에 불과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궁합을 보고 '원진살'이라는 사주 풀이에 동조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연인 관계는 매 순간, 언제나 행복할 수 없다. 사랑, 기쁨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 이외에도 분노, 증오, 시기 그리고 연민 등 복합적인 감정의 소용돌이를 가로지른다.
이렇게 오랜 시간 만남을 지속하다 보면 이른바 '권태기'에 빠지게 된다. 불타오르던 감정이 식어버리는 것만 같은 무료함을 느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연인과의 관계에서 권태를 느끼게 되는데, 이러한 경험 때문에 원진살이라는 미신에 공감하는 것일지 모른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지금 당신의 곁에 있는 그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스스로 되뇌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당신을 불신할 때 오로지 단 한 사람, 당신만을 바라보는 존재가 또 어디 있겠는가.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지 말자. 두 번 다시 붙잡을 수 없는 기적 같은 운명이다.
김연진 기자 ji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