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비 기자 = 어린 시절 친구들과 놀다가도 특정 시간만 되면 '만화 봐야 해'를 외치며 집으로 쌩하니 들어갔던 기억이 다들 있을 것이다.
해가 저물 무렵, 어린이들을 TV 앞으로 불러모았던 그때 그 만화들은 아이들이 다 큰 성인이 되고 나서도 '그때 참 재밌었지'라고 떠오르게 하는 추억 중 하나다.
당시 어린 소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 건 예쁜 옷을 입고 멋있게 요술봉을 휘두르는 변신 요정들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소녀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이는 위기의 순간에 어김없이 나타나 여주인공을 구해주는 남자 주인공들이었다.
한때 소녀들의 이상형이었던, 혹은 지금도 이상형일 수 있는 그때 그 추억 속 오빠들을 모아봤다.
일명 '90년대생 남자친구'라고도 불리는 만화 속 남자 주인공들을 만나보자.
1. 달의 요정 세일러 문 - 턱시도 가면
세일러 문이 악당과 싸우다 위기에 봉착하면 어김없이 장미 한 송이를 던지며 나타나는 그. 턱시도 가면이다.
이름 그대로 까맣게 잘 빠진 턱시도를 입고 얼굴에 하얀 가면을 쓴 그는 세일러 문에게 항상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네곤 했다.
턱시도 가면은 현실에서 주인공 세라의 남자친구인 '레온'이었으며, 세라의 전생인 세레니티 여왕의 남편 '킹 앤디미온'이기도 했다.
빼어난 패션 센스와 잘생긴 얼굴로 소녀들의 마음을 항상 설레게 했던 인물이다.
2. 천사소녀 네티 - 셜록스
"천사소녀! 놓치지 않겠어!"
주인공 샐리(네티)의 같은 반 친구인 셜록스는 탐정으로 괴도 네티를 매번 코앞에서 놓쳐 '다음엔 꼭 잡고 말겠다'는 다짐을 하는 인물이다.
자신과 늘 투닥투닥 다투는 샐리가 네티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 말이다.
우정과 사랑 사이의 미묘한 긴장감과 셜록스의 '츤데레' 같은 면모는 뭇 소녀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턱시도 가면이 어른 같아 멀게 느껴졌다면 셜록스는 '현실 남친' 같은 기분을 느끼게 했다.
한편, 몇몇 팬들은 네티와 샐리가 동일인물임을 알아보지 못하는 셜록스의 안면인식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3. 카드캡쳐 체리 - 청명오빠
극 중 이름은 '오청명' 이지만 왠지 청명 오빠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인물.
주인공은 아니지만, 당시 체리를 즐겨보던 이들의 마음을 과하게 많이 뺏었으므로 순위에 넣었다.
극 중 체리의 오빠인 도진의 친구로, 체리가 짝사랑하던 인물이다.
'청명'이란 이름이 어울리는 화사한 미소와 자상한 매력으로 소녀들의 마음에 '저장'됐다.
이후 오청명의 반전 정체가 드러나며 팬들을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4. 명탐정 코난 - 남도일
고등학생 탐정 남도일은 여자 주인공 미란이와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온 소꿉친구다.
몸이 작아지는 약을 먹고 어린아이로 변한 남도일은 '코난'이라는 이름으로 미란이의 집에서 함께 살게 된다.
툴툴대면서도 항상 미란이를 지켜주고, 애틋함을 보이는 남도일은 전형적인 '친구에서 연인으로' 코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걱정하는 미란이를 위해 목소리 변조기를 이용해 전화를 거는 자상함까지 갖췄다.
5. 사랑의 천사 웨딩피치 - 케빈
수많은 솔로를 분노에 떨게 한 '사랑의 멋짐을 모르는 당신은 불쌍해요' 짤의 주인공 케빈이다.
피치와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며 매일 다투기는 하지만 피치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이 또한 케빈이다.
소녀들은 만능 운동꾼에 잘생긴 외모의 케빈 같은 남자를 훗날 고등학교에 가면 만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천사 족인 피치와 달리 케빈은 악마 족 설정으로 나와 만화판 '로미오와 줄리엣'의 모습으로 애절함을 보인 바 있다.
황비 기자 be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