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요즘처럼 스마트폰과 SNS가 없던 시절. 친구들을 이어주는 소통의 창구가 있었다.
그 이름도 그리운 '버디버디'. 친구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과 쪽지를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재미가 쏠쏠했다.
지금 보면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유치한 이모티콘과 특수문자로 구성된 외계어가 판을 치던 그 시절이었다.
그때 혜성처럼 등장해 인기를 한몸에 받은 남성이 있었으니, 이름하야 사이버 가수 '아담'이다.
이름 아담, 생년월일 1997년 12월 12일, 혈액형은 O형이다. 출생지는 에덴(EDEN)으로 가상의 공간에서 현실 세계로 넘어온 신비롭고 흥미로운 설정이었다.
아담은 조각 같은 외모로도 주목을 받았는데, 제작사에 따르면 아담의 실제 모델은 우리나라 최고의 미남으로 꼽히는 원빈이었다.
등장부터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끈 아담은 1집 '제네시스', 2집 '엑소더스'로 가수로서 활약했다.
아담의 데뷔 음반은 약 20만장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으며 인기에 힘입어 CF 모델로도 활동했다.
아담의 캐릭터가 문구, 신발 등에도 활용돼 활동 3개월 만에 약 5억원의 수익을 올릴 정도로 당대 최고의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아담이 자취를 감췄다.
음반을 포함해 모든 활동을 접고 잠적한 아담을 두고 팬들 사이에서는 수많은 의혹과 루머가 제기됐다.
그중 "사이버 가수 아담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했다"라는 소문에 가장 무게가 실렸다. 가상 공간에 존재하는 사이버 가수인 만큼 바이러스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모든 사실이 베일에 가려진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최초이자 최후의 사이버 가수 아담. 과연 그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제작사 아담소프트 측에 따르면 현실적인 장벽을 넘지 못하고 더이상 제작이 불가한 상황에 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제작 기술이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담의 30초 분량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개발자 5~6명이 2개월 동안 작업해야 했다.
기술의 한계로 인해 사이버 가수라는 획기적인 시도가 막을 내린 것이다.
한편 아담의 제작자인 이영수 씨는 과거 인터뷰를 통해 "아담은 사실 가수 은퇴 후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라고 밝혀 다시금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렇게 추억의 서랍장 한켠에 웅크리고 있던 아담. 언젠가 재기해 제2의 전성기를 누릴 날을 꿈꾸고 있을지 모른다.
김연진 기자 ji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