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온몸이 쿡쿡 쑤시는 몸살을 앓고 있는 당신. 혹은 이별을 경험해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을 경험하고 있는 당신.
이 순간을 간직하기 위해 조용히 카메라를 꺼내 든다. 이왕이면 찰나를 찬란하게 만들어주는 셀카 보정 어플이면 좋겠다.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드디어 눈물즙이 장전됐다. "바로 지금이야"를 외치면서 닭똥 같은 눈물을 또르르 흘린다.
'찰칵'. "그래 오늘은 이거다". 좋은 사진 하나를 SNS에 공개한다. 그리고 외친다.
"난... ㄱ ㅏ끔... 눈물을 흘린 ㄷ ㅏ ...."
최근 온라인 미디어 유니래드는 셀프 카메라를 촬영해 온라인에 공개하는 현대인들의 습관에 대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연구진은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혹은 병적으로 셀프 카메라에 집착하는 현상에 집중했다.
그중 아프거나 슬플 때 셀카를 찍어 공개하는 'Sicky selfies'에 대해 알아봤다.
연구진은 영국 시민들을 대상으로 "몸이 아프거나 감정적으로 매우 힘들 때 셀카를 찍어 온라인에 공개한 경험이 한 번 이상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그 결과 10명 중 1명꼴로 "한 번 이상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나 나이가 어릴수록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졌다. 18세에서 24세 사이에서는 약 40%가 "그렇다"라고 고백한 것으로 드러났다.
설문 참여자들은 그 이유로 동정과 관심을 들었다. 자신이 아프거나 슬프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고 가족이나 친구, 동료에게 위로를 받고 싶은 심리였다.
연구진은 "소중한 순간을 간직할 수 있는 셀카는 물론 좋다. 그러나 거기에 병적으로 집착하면 주객이 전도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매우 힘든 상황에서 셀카를 찍어 공개하는 심리는 한 마디로 관심을 받고 싶어서였다"라며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한 관심과 애정을 요하는 일종의 애정결핍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정신의학회(APA)는 셀카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사람 혹은 그 증상을 '셀피티스(Selfitis)'라고 명명한 후 정신질환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김연진 기자 ji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