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우리의 욕심이 커질수록 닭의 몸집도 점점 거대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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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치맥의 종주국이라고 불리는 대한민국. 우리는 '치느님'이라고 부르는 신성한 음식을 매일 영접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 일주일에 1번 이상 야식을 먹는다고 답했고, 그중 80%가 선택하는 메뉴는 치킨이었다.


이러한 경향에 발맞춰 치킨집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치킨집은 수는 3만 6,000곳이 넘었다. 이는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보다 많은 수다.


치킨을 비롯한 닭 요리를 즐겨 먹는 나라가 비단 우리나라뿐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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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기준 전 세계 닭고기 생산량은 무려 8,529만 2,000톤으로 집계됐다. 셀 수도 없이 많은 닭들이 태어나고, 도축되길 반복한다.


이 수치는 지난 1980년과 비교하면 5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물론 인구 증가라는 변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우리가 많이, 더 많이 닭고기를 소비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사람들의 수요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닭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더 많은 닭고기가 빠른 시간 안에 효율적, 합리적으로 공급되기 위해 닭들은 불과 몇십 년 동안 기형적인 진화를 거듭했다.


실제로 캐나다의 한 연구진은 닭의 몸집이 얼마나 커졌는지 살펴보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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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세 가지 다른 품종의 닭을 직접 키웠다. 각각 지난 1957년, 1978년, 2005년에 주로 키우던 품종의 닭이었다.


다른 성장 조건은 동일하도록 통제했다. 정확히 같은 시간에 같은 양의 사료를 먹였고, 어떠한 성장 호르몬제를 공급하지도 않은 채 자연스러운 성장을 관찰했다.


그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닭의 몸집은 비대해졌다. 1957년 품종에 비해 2005년 품종의 덩치는 4배나 컸다.


구체적으로 현재 우리가 먹는 닭은 과거보다 지방 함량이 266% 증가했고, 단백질 함량은 33% 감소했다. 제대로 활동하지 못한 채로 빠른 시간에 '알맞은 고기'를 위해 성장한 결과다.


연구진에 따르면 끝없는 품종개량과 성장 호르몬제 투여, 사육 환경의 변화, 수요 증가 등 복합적인 원인이 닭의 몸집에 변화를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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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먹는다고 해서 인체에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느끼는 바는 있을 것이다.


인간의 욕심으로 가득 찬 검은 손이 생명과 지구 환경을 뒤바꾸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한편 닭 몸집의 변화를 담은 사진은 최근 온라인 미디어 언빌리버블팩트에 게재되며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강제 교배로 탄생한 '털 없는 닭',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새빨간 속살을 내놓고 있는 일명 '누드 닭'은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으로 탄생한 괴물이었다.


김연진 기자 ji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