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치맥의 종주국이라고 불리는 대한민국. 우리는 '치느님'이라고 부르는 신성한 음식을 매일 영접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 일주일에 1번 이상 야식을 먹는다고 답했고, 그중 80%가 선택하는 메뉴는 치킨이었다.
이러한 경향에 발맞춰 치킨집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치킨집은 수는 3만 6,000곳이 넘었다. 이는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보다 많은 수다.
치킨을 비롯한 닭 요리를 즐겨 먹는 나라가 비단 우리나라뿐이겠는가.
지난 2014년 기준 전 세계 닭고기 생산량은 무려 8,529만 2,000톤으로 집계됐다. 셀 수도 없이 많은 닭들이 태어나고, 도축되길 반복한다.
이 수치는 지난 1980년과 비교하면 5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물론 인구 증가라는 변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우리가 많이, 더 많이 닭고기를 소비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사람들의 수요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닭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더 많은 닭고기가 빠른 시간 안에 효율적, 합리적으로 공급되기 위해 닭들은 불과 몇십 년 동안 기형적인 진화를 거듭했다.
실제로 캐나다의 한 연구진은 닭의 몸집이 얼마나 커졌는지 살펴보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세 가지 다른 품종의 닭을 직접 키웠다. 각각 지난 1957년, 1978년, 2005년에 주로 키우던 품종의 닭이었다.
다른 성장 조건은 동일하도록 통제했다. 정확히 같은 시간에 같은 양의 사료를 먹였고, 어떠한 성장 호르몬제를 공급하지도 않은 채 자연스러운 성장을 관찰했다.
그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닭의 몸집은 비대해졌다. 1957년 품종에 비해 2005년 품종의 덩치는 4배나 컸다.
구체적으로 현재 우리가 먹는 닭은 과거보다 지방 함량이 266% 증가했고, 단백질 함량은 33% 감소했다. 제대로 활동하지 못한 채로 빠른 시간에 '알맞은 고기'를 위해 성장한 결과다.
연구진에 따르면 끝없는 품종개량과 성장 호르몬제 투여, 사육 환경의 변화, 수요 증가 등 복합적인 원인이 닭의 몸집에 변화를 일으켰다.
물론 먹는다고 해서 인체에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느끼는 바는 있을 것이다.
인간의 욕심으로 가득 찬 검은 손이 생명과 지구 환경을 뒤바꾸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한편 닭 몸집의 변화를 담은 사진은 최근 온라인 미디어 언빌리버블팩트에 게재되며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김연진 기자 ji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