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인터넷 은행 카카오뱅크 체크카드 계좌에서 고객도 모르는 사이 해외 결제가 이뤄져 잔액이 빠져나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일 인천시 남구에 사는 27살 기유리씨는 평소와 다름없이 오전 11시 37분께 카카오뱅크 카드로 맥도날드 중동점에서 햄버거를 결제한 뒤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후 오후 3시가 넘어선 시각 갑자기 카카오톡 알림이 반복적으로 울렸고, 확인해보니 '잔액부족'으로 승인거절 됐다는 카카오뱅크 메시지가 1~5분 간격으로 세 통이나 와있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카드가 '승인 거절'된 곳이 한국이 아닌 뉴욕이었다는 점이다.
곧바로 계좌 잔액을 확인했을 땐 이미 오후 3시 10분께 뉴욕 'RITE AID STORE'에서 한국돈 56,928원이 빠져나간 뒤였다.
이후 같은 가게에서 50달러, 5분 뒤에는 맥도날드에서 1.09달러, 1분 뒤 TERRIBLESINN에서 5.14 달러에 대한 결제가 시도됐고, 잔액 부족으로 승인되지 않았다.
기씨는 곧바로 카카오뱅크 고객센터에 문의했다. 그러나 고객센터에서는 해외 부정승인이 확인될 때까지 최소 2개월에서 4개월 정도 걸리며, 고객이 사용하지 않았다는 확정이 나와야 환불 받을 수 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또한 해외 결제를 막는 것 역시 A씨가 어플을 사용해 직접 설정해야 했다.
기씨는 "지금까지 카카오뱅크로 해외 결제한 적도 없는데 이렇게 뉴욕에서 버젓이 내 카드가 사용됐다"며 "아무리 큰 돈이 아니라해도 환불이 조속히 되지 않아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이에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해외 부정승인은 카카오뱅크뿐만 아니라 모든 카드사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며 "또한 부정승인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선 일반적으로 최소 3개월 정도가 걸린다"고 설명했다.
제휴된 해외 카드사는 물론 해당 가맹점까지 일일이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또 "조사 결과가 정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정승인'이라고 단정짓고 환불해줄 수는 없는 일 아니겠냐"며 "고객 과실이 아니란 게 밝혀지면 바로 환불처리가 된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카드를 사용한 지 3시간 만에 해외에서 결제됐는데, 이 부분을 부정승인으로 의심하고 차단했어야 하지 않냐는 질문에는 "한국에서 온라인으로 해외 결제를 할 수도 있으며, 무조건 차단할 경우 실제로 사용하고자 하는 고객들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어렵다"고 해명했다.
부정승인을 모니터링 하고 있지만 모두 정확히 걸러낼 수 없다는 게 카카오뱅크의 설명이다.
아울러 카카오뱅크는 승인, 결제 관련 업무를 모두 KB국민카드에서 대행해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해당 카드사와 연계해 부정결제가 이뤄진 원인을 조사 중에 있으며, 이번 사고 역시 고객 과실이 아님이 파악되는 대로 환불처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카카오뱅크의 해명에도 소비자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이미 지난 10월에도 카카오뱅크 체크카드 계좌에서 98건이나 무단 결제돼 20만원 상당이 빠져나가는 사고가 있었다.
다른 누군가가 카드를 도용해 인터넷에서 98건이나 결제했지만 당시에도 카카오뱅크와 KB국민카드는 이를 가입자에게 알리지도, 거래를 중단시키지도 않았다.
고객들은 개인정보 유출은 물론 금전적 피해까지 봤지만 '정확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은행의 답변에 꼼짝없이 3~4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출범 3개월 만에 435만명의 계좌 개설 가입자를 유치할 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던 카카오뱅크.
하지만 명의도용, 체크카드 결제 오류, 무단 인출 사건 등 잇따라 보안 시스템에 허점을 드러내면서 고객들의 불안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수수료 제로', '낮은 금리' 등의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운 카카오뱅크 역시 신뢰성에 발목 잡힐 수밖에 없다.
인터넷 은행 카카오뱅크가 출범한 지 넉 달이 지난 시점에서 과연 앞으로 소비자들이 소중한 자산을 믿고 맡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