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다래 기자 = 친오빠에 대한 '로망'이 있는 내 친구는 항상 우리 남매 사이를 부러워한다.
친오빠가 있으면 아빠 같은 든든함을 얻는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 어느 사이보다 갑갑하다.
여동생의 눈에 비친 오빠는, 오빠의 눈에 비친 여동생은 '남자, 여자'에 대한 환상을 깨주는 본보기가 되기도 한다.
눈만 마주치면 으르렁거리는 우리 남매의 현실 모습을 파헤쳤다. 여동생이 지켜본 친오빠의 현실 모습은 이렇다.
1. 쉬는 날 컴퓨터와 물아일체를 이룬다
쉬는 날 친오빠는 컴퓨터와 물아일체를 이룬다.
친오빠를 통해 남자들은 컴퓨터만 있으면 세상 행복하구나 생각하게 된다.
2. 진짜 안 씻는다
하루 일과가 책상 앞에서 컴퓨터 하다 뒤에 있는 침대에서 잠드는 거다.
샤워하러 들어갔는데 1분 만에 나온다. 세상 미스터리하다.
3. 게임만 하면 욕쟁이 파이터가 된다
밖에서는 세상 착한 척 하지만 게임만 하면 없던 욕도 만들어내며 세상 무섭게 변한다.
남자를 만날 때 운전하는 모습을 확인하는 게 아니라 게임할 때 모습을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
4. 웬일로 기분 좋으면 게임 성적이 좋았다
웬일로 기분 좋으면 그날 게임 성적이 높았다.
가끔 나를 불러 게임 기록이나 피파 세레모니를 보여주는데 1도 모르겠는 나는 세상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다.
5. 엄마 부재 시 부엌에 있는 내 옆을 알짱거린다
엄마가 없으면 생존을 위해 부엌에 있는 내 옆을 알짱거리기 시작한다.
평소엔 본 척도 안 하면서 이럴 땐 불쌍한 표정 짓는데 세상 이만큼 어처구니없는 일이 없다.
6. 사계절 내내 사각팬티로 버틴다
여름만 되면 집에서 눈 버리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오빠는 여름 내내 사각팬티 하나로 계절을 난다.
7. 옷을 진짜 못입는다
모르는 사람 패션 지적하다가도 집에 있는 오빠 생각을 하면 그 사람이 안쓰럽고 그렇다.
중, 고등학교 때도 옷엔 1도 관심이 없어 엄마가 사주는 옷으로 학창시절을 보내기도 한다.
8. 여자친구 앞에서는 소름 돋게 변한다
집에선 말도 잘 안 하고 게임만 하던 오빠가 여자친구가 생기면 소름 돋게 변한다.
세상 저렇게 스윗했나싶을 정도로 다정하고, 수다쟁이가 되며, 귀여운 거 멋있는 거 다하려고 든다.
우리 엄마에게 그거에 반이라도 했으면 엄마는 세상을 날아다니셨을 것이다.
9. 얼굴엔 스킨 하나도 안 바르면서 머리할 때는 세상 진지하다
스킨, 로션 없이 1년 사계절을 보내면서 헤어스타일에는 세상 진지하게 시간을 들인다.
얼굴이 쫙쫙 갈라지는 겨울에도 오빠는 '개기름'과 향수로 추운 겨울을 보낸다.
이다래 기자 dara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