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다래 기자 = 미용실에 가면 꼭 불편하고 숨 막히는 상황에 직면한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내 본연의 얼굴에 놀라고 미용실 언니와의 어색한 공기에 숨이 턱 막힌다.
미리 보여준 연예인 머리와는 동떨어지게 나온 헤어스타일에 눈물을 머금기도 하고, 그럼에도 다시 해달라고 말하지 못하는 나 자신의 소심함에 크게 자책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용실은 언제나 나의 기분을 전환시켜주는데 일등공신이 되어 준다.
미용실에 입장해 다음 날 머리감는 순간까지 누구나 한번쯤 겪게 되는 웃픈 상황들을 모아봤다.
1. 연예인 사진 보여주며 이렇게 해달라고 할 때
헤어스타일의 완성은 얼굴이라고 했던가. 예쁜 여배우나 잘생긴 아이돌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렇게' 해달라고 할 때 왠지 얼굴이 화끈거린다.
2. 옷까지 맡겼는데 가격이 생각보다 비쌀 때
카운터에 가방이랑 겉옷까지 다 맡겼는데 나중에 알게 된 가격에 화들짝 놀란다.
다시 가방을 찾아 나갈까 잠시 망설이지만 미용사 언니의 손길에 따라 이미 착석한다.
3. 미용실 언니가 내 머리 보며 혼낼 때
막상 의자에 앉으면 헤어디자이너는 내 머리 상태부터 점검한다. 미용실 언니는 '백이면 백' 내 머릿결과 갈라진 머리끝 상태를 혼내기 시작한다.
4. 가운 입는 순간 세상 못난이 될 때
목에 가운만 두르면 세상 못난이가 된다. 머리에 온통 약을 바르고 완벽한 올백 스타일이 됐을 때 저절로 고개가 땅으로 향하지만 언니는 자꾸 고개를 들라고 한다.
5. 미용실 언니와 계속 이야기해야 된다는 부담감 느낄 때
날씨부터 시작해 연예계 스캔들, 최근 이슈까지 언니는 끊임없이 말을 시킨다.
나는 조용히 잡지나 읽고 싶은데 옆에선 무한 수다가 끊이지 않을 때 괜히 숨 막히는 어색한 분위기를 느낀다.
6. 잡지 보는데 야한 페이지 나올 때
패션 잡지 끝쪽에는 항상 야한 페이지가 나온다. 페이지 상단에 성관계나 성적 취향 등을 이야기하는 제목이 눈에 띄면 누가 보지도 않는데 황급히 페이지를 넘기기 바쁘다.
7. 조금만 다듬어 달라고 했는데 한 웅큼 자를 때
머리끝이 너무 상해서 조금만 다듬겠다고 한 언니가 머리를 싹둑 잘라버렸다. 소중히 기른 내 머리인데 절망감이 밀려온다.
8. 마음에 안 드는데 이상하다고 말 못 할 때
내가 보여준 연예인 머리랑 달라도 너무 다르지만, 이상하다고 말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원망스럽다.
미용실 언니에게는 너무 완벽하다고 칭찬하지만, 집에 와선 소심한 나 자신을 자책하기 바쁘다.
9. 언니가 예쁘게 드라이 해줬는데 갈 곳 없을 때
고데기며 드라이로 예쁘게 스타일을 만져 줬는데 막상 갈 곳이 없다. 집에 와서 괜히 셀카만 무진장 찍어댄다.
10. 다음날 머리 감았더니 완전 새로운 스타일 나올 때
분명 어제는 예뻤는데 다음날 머리를 감으니 딴사람이 됐다. 역시 연예인 머리는 고데기였다는걸 새삼 깨닫는다.
이다래 기자 dara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