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배다현 기자 = 포항의 한 마트가 지진 발생 후 비정규직 직원들만 남아 청소할 것을 지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27일 오마이뉴스는 포항시의 한 마트가 지난 15일 규모 5.4 지진 발생 후 정규직을 모두 퇴근시키고 협력업체 파견 직원들에게만 청소를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마트와 직원들에 따르면 지진 발생 당시 매장은 주류 박스가 무너지고 음료수 캔 등이 쏟아지는 등 아수라장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트 벽에는 금이 가고 벽면 타일과 지붕 텍스타일도 떨어져 나갔다.
또한 물탱크가 손바닥만큼 이동해 수도관이 파열되면서, 계단을 타고 흐른 물 때문에 전기가 나가고 전산도 다운돼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당시 근무했던 직원들은 물건이 쏟아지고 건물이 흔들리자 상당한 공포를 느꼈다고 전했다.
그러나 매장 점주는 정직원들을 퇴근시키는 대신 협력업체 직원 20여 명에게는 깨진 병을 치우고 물건을 정돈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협력업체 직원은 "집에서 아이가 계속 전화 오고 불안에 떠는데 일을 마치고 집에 가야 한다고 말해 눈물이 났다"며 "가족들이 걱정하고 있어 빨리 귀가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오후에 출근한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내일 장사해야 하니까 남으라'고 했다"면서 "집에서는 계속 전화가 오는데 말을 안 듣고 퇴근하게 되면 불이익을 당할까 봐 컵라면을 먹고 오후 10시까지 버텼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반 근무조는 컵라면을 먹으며 오후 10시 30분까지 근무했다.
특히 오후 10시가 넘도록 남아 매장을 정리한 직원들은 아이가 있는 가정주부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져 더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매장 점주는 "협력업체 파견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남아 정리하고 퇴근한 것이지 강압적으로 퇴근을 시키지 않은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점주는 "전산이 나가고 전기가 나가니까 직원들은 따로 남아 할 일이 없었다"면서 "본사에서 온 전기팀과 전산팀이 늦게까지 근무하고 우리 정직원들은 정상적으로 퇴근했다"고 말했다.
그는 "쇼핑카트로 40대 분량의 물건들이 바닥에 떨어지고 깨졌다"며 "자기들이 스스로 정리한 것이지 불만사항은 없었다. 오히려 고생한다고 인근 식당에 30만 원을 결제하고 저녁을 먹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마트는 포항시 북구에 위치해 있으며 부산을 본점으로 전국에 유통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다현 기자 dahyeo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