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아덴만의 영웅' 이국종 교수가 최근 총상을 입고 귀순한 북한 병사의 집도를 맡으며 그의 이전 일화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7개월에 8억'은 '아덴만의 영웅' 이국종 교수가 2013년 핸 해 동안 환자를 치료하며 얻은 빚이다.
아덴만에 있던 석해균 선장을 치료하러 갈 때도 헬기비를 자비로 부담하겠다고 말했던 그는 치료비를 부담할 수 없는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수억의 빚을 지고 있다.
36시간 연속 밤샘으로 일한 뒤에 쪽잠. 그가 수년째 계속하고 있는 생활은 환자에 대한 그의 의지와 사명감을 반영한다.
이국종 교수의 일화는 여러 TV 프로그램의 다큐멘터리와 의학 드라마로 제작될 정도로 많은 사람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그만두고 싶을 때마다 "네 주제에 다른 사람의 인생에 그 정도 임팩트를 낸다는 것 자체에 감사해라"는 어머니 말씀을 기억한다는 그의 가슴 울리는 일화를 모아봤다.
1. "전 그냥 일로 생각하고 하는 거예요"
지난 9월 29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그의 의료 행위에 "울컥했다"고 고백한 기자에게 이국종 교수가 "전 그냥 일로 생각하고 하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는 "생명을 살리네 어쩌네 하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 오히려 이 일을 하루도 못 하죠"라고 소신을 밝혔다.
자신이 고귀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세상이 나한테 왜 이러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어 헬기 동승에 대한 의료보험 수도 없고, 성과급도 없는 그는 오히려 "의료보험 적자 난다고 월급이 깎이기도 하고요"라며 담담하게 현실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2. "한국은 헬기가 등산객 사이로 날아가서 김밥에 모래바람 들어갔다고 민원 넣어요"
지난 8월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출연한 이국종 교수는 만만하지 않은 우리나라 의료계의 현실에 대해 전했다.
영국 런던에서는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주택가에도 헬기가 내릴 수 있다. 이는 이웃 국가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등산객들 사이로 날아가면 "한국은 헬기가 등산객 사이로 날아가서 김밥에 모래바람 들어갔다고 민원 넣어요"라고 말했다.
황당한 이야기에 웃는 관객들을 향해 이 교수는 "여러분들 웃을 게 아니고 우리의 모습이에요. 우리의 자화상"이라며 현실에 일침을 놓았다.
3. "이게 우리가 자랑하는 시스템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현실"
CBS '세바시'에 출연한 이국종 교수는 세월호 당시 상황의 의문투성이 구조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이 교수는 사고 현장에 자신이 타고 있는 헬기만 상공에 떠 있었으며 다른 헬기는 모두 착륙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날 아무것도 못하고 배가 가라앉는 걸 바라보기만 했다"며 "우리나라 국보급 헬기가. 거기 앉아있던 헬기가 5천여억원이 넘는데 왜 앉아있기만 했을까"라고 방청객에게 되물었다.
이 교수는 "배가 가라앉고 있는데 기름을 넣을 데가 없더라. 목포에 비행장이 몇 개인데 왜 기름 넣을 데가 없는가"라며 "이게 우리가 자랑하는 시스템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현실"이라며 시스템이 무너진 사회에 대해 일갈했다.
4. "제가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지난 2014년 방송된 MBC 스페셜 '골든타임은 있다'에서는 열악한 의료 현장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이국종 교수와 동료들의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방송 내용 중 많은 사람이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사고를 당한 환자와 환자 가족을 대하는 이국종 교수의 모습을 꼽았다.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좋은지 이국종 교수는 병원에서 때로는 병원 밖에서 잠시도 쉬지 않고 고민했다.
환자 보호자에게는 환자의 상황을 담담하게 전하면서도 손을 직접 잡아주며 "제가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라고 안심시키는 자상한 면모를 드러냈다.
5. "죄송합니다"
MBC 다큐멘터리와 같은 해 방송된 EBS '명의 3.0'에서도 이국종 교수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방송 중 마지막 남은 시간을 아내와 함께 보내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교통사고를 당한 간암 말기 환자의 사연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 교수는 수술에 나섰으나 암세포가 온몸에 전이된 상태에서 외상까지 입은 탓에 환자의 출혈은 멈추지 않았다.
수술 후 환자를 중환자실에 올린 이국종 교수는 환자의 아들에게 "아버지가 많이 힘들어 하시니 손 좀 잡아드리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교수는 가족을 향해 연신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환자와 가족들과 함께 슬퍼하는 그의 모습이 많은 시청자의 눈시울을 붉혔다.
6. "이송비 4억 4천만 원은 내가 낼 테니 일단 이송하라"
2011년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총상을 입을 석해균 선장은 이송비 문제로 한국행이 지체되고 있었다.
이때 이국종 교수가 했던 말이 바로 이송비를 자신이 부담할 테니 환자를 이송하라는 "이송비 4억 4천만 원은 내가 낼 테니 일단 이송하라"였다.
그는 환자를 구하며 자비를 사용해 2013년 7개월 간 개인 적자 8억 원에 달했다.
7. "죽는 날, 관 속에 가지고 갈 것은, 그동안 치료한 환자의 명부다"
"저런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환자의 아픔을 생각하면 웃을 일이 별로 없다는 사람이 이국종 교수이다.
이 교수는 환자를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드라마 '골든타임'의 최인혁(이성민 분)과 병원 권력에 당당히 맞선 SBS '낭만닥터 김사부'의 김사부(한석규 분)의 실제 모델이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죽는 날, 관 속에 가지고 갈 것은, 그동안 치료한 환자의 명부다"라고 밝혔다.
의사가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수술 할당제'나 'VIP 우선', '갑질 교수' 등 돈과 권력으로 물든 병원을 보며 우리는 알게 모르게 불신을 품어왔다.
이국종 교수가 보여준 진정한 히포크라테스의 선서가 이 시대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이유다.
이하영 기자 hayo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