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기정 할머니가 지난 11일 향년 9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셨다.
故 이기정 할머니는 15살의 어린 나이에 간호사가 되는 줄 알고 싱가포르에 끌려갔다가 일본군 위안부에 동원됐다.
일본으로부터 해방돼 어렵게 서울에서 식모살이하며 돈을 모은 故 이기정 할머니는 뒤늦게 고향인 당진으로 돌아와 결혼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일본군 위안소 피해 때문에 불임이 돼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됐고 이후 故 이기정 할머니는 오랫동안 어려운 형편 속에 살아오셨다.
중풍을 앓고 오른손도 사용할 수 없었던 故 이기정 할머니는 2005년 뒤늦게 위안부 피해 사실을 정부에 신고하셨지만 결국 일본 정부로부터 공식 사과를 받지 못한 채 눈을 감으시고 말았다.
故 이기정 할머니의 별세로 국내외 살아계시는 위안부 피해자가 33명 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일본군 '위안부' 영화를 찍었다는 이유로 협박 받고 있는 배우가 있다.
일본 우익으로부터 갖은 협박에 시달리면서도 일본군 '위안부' 소재의 뜻깊은 영화에 참여할 수 있어 기쁘다고 밝힌 배우 이름은 강하나이다.
2000년생으로 올해 18살인 강하나는 재일교포 4세 출신이다. 일제강점기 당시 증조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일본으로 건너가 1세기가 넘도록 일본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강하나는 일본으로 끌려가 끔찍한 시련을 겪어야 했던 소녀들의 아픈 이야기를 다룬 영화 '귀향'에서 정민 역을 맡았다.
배우 강하나는 앞서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할머니들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풀어주고 싶었다"며 영화 '귀향'에 출연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그렇다고 배우로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에 출연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을 터. 실제 강하나가 영화 출연을 결정했을 당시 주변 사람들은 그녀의 신변을 우려하기도 했다.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됐다. 지난 2015년 영화 '귀향' 개봉 이후 일본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강하나가 살고 있는 곳과 다니는 학교 등 신상 정보가 모두 공개됐다.
당시 중학생이라는 어린 나이에 일본 우익 세력으로부터 갖은 협박을 받기 시작한 강하나는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까지 해야만 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강하나는 절대 영화 '귀향'에 출연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하나는 오히려 영화 '귀향' 출연을 통해 가슴 아픈 일본군 '위안부' 역사에 대해 더욱 잘 알게돼 해결하는데 앞장설 수 있어 기쁘다고 전했다.
조선민족학교에 재학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강하나는 자랑스러운 한국 역사와 한국어를 잊지 않기 위해 연기와 공부를 병행 중이다.
한편 노환으로 세상을 떠나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故 이기정 할머니는 지난 2014년 낙상사고로 관절을 심하게 다쳐 거동이 불편하셨다.
빈소는 충남 당잔시 당진장례식장에 차려졌고 발인은 오는 13일, 장지는 충남 천안시 국립 망향의 동산이다.
故 이기정 할머니의 별세로 현재 국내외 생존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이제 33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공식 사과하기는 커녕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방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