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9일(금)

"카드 결제 안돼요. 현금 주세요"…'불법' 강요하는 식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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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권순걸 기자 = 며칠 전 친구들과 서울 영등포의 한 술집을 찾은 직장인 김 모씨(31)는 황당한 상황을 겪었다.


친구들과 술을 한잔하고 나가려 계산하려는데 주인이 "카드는 안 받는다"고 버텼기 때문이다.


이에 김씨 일행은 부랴부랴 현금을 모아봤지만 비용에 맞추지 못했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식당 주인은 "앞에 은행이 있으니 나가서 뽑아오라"며 등을 떠밀었다.


괜한 싸움을 벌이기 싫었던 김씨는 은행에서 돈을 뽑아다 준 뒤 '현금영수증'을 요구했다.


그러나 식당 주인은 "현금 영수증 기계가 고장 났다"며 버텼고 친구들과 기분이 상한 채로 식당을 나와야 했다.


김씨는 "식당 주인이 세금을 안 내려는 속셈으로 저러는 것 아니냐"며 "괜히 친구들과 즐거운 자리 분위기만 망쳤다"고 화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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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와 비슷한 일은 일부 식당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다니다 보면 비슷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카드 결제를 거부하고 현금 결제를 요구하는 상점은 식당과 옷가게, 미용실, PC방 등 우리 일상생활에서 매우 밀접한 곳들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례들은 모두 '불법'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 19조 1항에 따르면 신용카드가맹점은 신용카드로 거래한다는 이유로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거나 신용카드 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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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따르면 이런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여기에 현금으로 결제하면 더 저렴한 가격으로 해준다거나, 카드결제 시 수수료를 추가로 받는 등의 행위 모두 불법이다.


소비자들은 이런 업주들을 향해 "세금을 덜 내기 위한 꼼수 아니냐"며 곱지 않은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현금 결제의 경우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으면 업주들이 매출액을 숨기고 그만큼 세금을 덜 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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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카드 사용 건수가 현금 사용 횟수보다 늘면서 '현금 없는 사회'가 근자에 도래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지만 현실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를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는 주장에 관계 당국은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현금 거래를 유도하는 업주들이 모두 '탈세'를 한다고 단정 짓기 어렵고 카드사와 가맹 계약을 하지 않는 것이 불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으로 보호받는 권리를 일부 업주들에게 침해받는 것은 옳지 않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계산할 때 친구들과 현금 걷은 뒤 '카드'로 결제하지 말라는 식당 주인일행에게 현금을 거둔 뒤 자신의 카드로 한꺼번에 계산하는 것을 금지하는 한 식당 안내문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논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