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친구들은 모두 바다로 돌아가고 수족관에 홀로 남은 돌고래 태지는 그리움을 견디지 못해 자해를 하고 있었다.
지난 27일 동물권단체 케어는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바다로 돌아갈 수 없는 돌고래 태지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서울대공원에는 제돌이, 태산이, 복순이, 금등이, 대포, 태지 등 다섯 마리의 돌고래가 살고 있었다.
2013년 처음으로 제돌이가 제주도 앞바다에 방류됐다. 뒤이어 2015년 태산이, 복순이 역시 수족관에서 벗어나 제주 앞바다로 돌아갔다.
가장 최근인 2017년 금등이, 대포마저 바다에 방류되면서 이제 남은 건 태지 뿐이었다.
그렇다면 태지는 왜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익히 알려져 있듯 돌고래는 문화와 언어가 있는 사회적 동물이다.
따라서 방류할 땐 반드시 원래 녀석이 살던 무리로 돌려보내야 한다. 그런데 태지가 살던 곳은 여전히 '돌고래 사냥'이 이뤄지고 있는 일본 다이지 마을이다.
만약 태지를 이곳으로 돌려보낸다면 오히려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
때문에 태지는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서울대공원에 남았다.
마지막으로 금등이와 대포를 제주 앞바다에 돌려보내던 날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태지의 거처에 대해 정확한 결정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해양수산부와 다른 관계 기관과 협력해 가장 좋은 방법으로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사회적 동물인 돌고래의 경우 혼자 남겨졌을 때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금등이와 대포가 떠나고 20일 뒤 아니나 다를까 태지는 수족관 물밖에 나와 있거나, 벽에 코를 박고 있는 등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머리를 말리는 동작 등 '자해'까지 행했다.
가장 좋은 방법을 선택하겠다던 서울대공원은 태지를 제주 퍼시픽랜드로 떠나보낸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즉각 반기를 들었다.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대표는 "제주 퍼시픽랜드는 국내 8개 돌고래 쇼장 중 가장 악명 높은 곳"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곳은 돌고래들을 20년간 불법 포획해 유죄 판결을 받은 곳이기도 했다.
돌고래 태지처럼 인간의 손에 잡혀 들어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쇼장을 전전하는 돌고래 국내에 27마리가 있다.
이에 케어 측은 "여전히 한국은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는 돌고래를 사들이고 있다"며 "제2의 태지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매년 9월에서 이듬해 2월까지 일본 와카야마 현 다이지 마을에서는 돌고래 사냥이 이뤄진다.
이렇게 잡힌 돌고래들은 전 세계 돌고래쇼장, 동물원 등으로 약 1억원에 팔려나가거나 식용으로 사람들의 식탁 위에 오른다.
비윤리적인 돌고래 학살에 전 세계 환경단체들이 비난의 목소리를 가하고 있지만 일본은 오히려 포획량을 늘리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다이지 마을은 포획 가능한 고래의 종을 들쇠고래, 큰돌고래, 낫돌고래 등 기존 7종에서 뱀머리돌고래, 고양이고래 등을 추가해 총 9종으로 늘렸다.
또한 일본의 일부 수족관들은 '다이지 돌고래'를 구입하기 위해 다이지 출신 돌고래 반입을 반대하는 일본 동물원수족관협회(JAZA)를 탈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