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정부가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 시간대 온라인 게임 접속을 강제 차단하는 '강제적 셧다운제'의 실효성을 재검토한다.
지난 24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문체부는 오는 11월 초 셧다운제의 효율성 여부를 입증하기 위해 예산 1억원을 투입해 진행한 '청소년 게임 이용 시간 제한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셧다운제'란 여성가족부가 만들어 지난 2011년 11월 도입한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 시간대(0~6시) 온라인 게임 접속을 강제 차단하는 규제를 말한다.
여가부가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 방지'를 명분으로 내세웠던 정책이지만 청소년 보호 측면에서 실효성이 없고 성인의 계정 도용만 늘어난다는 비판이 나왔다. 게임 업계도 "게임 산업의 이미지와 성장 도력만 갉아먹은 무의미한 규제"라며 셧다운제를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셧다운제 폐지 및 완화 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다. 셧다운제 주무부처인 여가부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 참고로 2년마다 셧다운제 평가 및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여가부는 지난 5월 셧다운제를 현재와 동일하게 2019년까지 적용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또한 셧다운제를 놓고 관련 정부부처 장관들이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어 게임 업계는 매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먼저 도종환 문체부 장관은 셧다운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도 장관은 지난 6월 국회에 제출한 인사 청문회 서면 답변서에서 "셧다운제는 청소년 보호라는 입법 목적은 유지하되 가정에서 부모 교육과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개선될 필요가 있다"며 "우선 현행 셧다운제를 '부모 선택제'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부모 선택제'란 부모가 자녀의 게임 이용을 허락할지 여부를 결정해 셧다운제 적용을 받지 않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지난해 12월 여가부가 문체부와 협의해 정부 입법안으로 제출했지만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해 여전히 계류 중이다.
반면 정현백 여가부 장관은 지난 7월 4일 열린 인사 청문회에서 셧다운제 폐지에 찬성하는지 묻는 질문에 "셧다운제 폐지에 반대하며 정착 단계인 만큼 안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리고 셧다운제로 인해 게임 산업이 위축됐다는 질문에는 "아니다"고 대답했다. 셧다운제 폐지를 반대했던 전임 여가부 장관들과 다르지 않은 입장을 보인 것이다.
이처럼 관련 정부부처 장관들이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고 특히 주무부처인 여가부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규제 완화로 가는 길은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그런 상황에서 문체부가 '셧다운제'가 효용성은 낮고 역효과는 커 규제 개선이 시급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그동안 셧다운제의 효용성 여부를 입증하기 위한 민간 차원의 연구 결과는 여러 번 발표된 적 있었다. 하지만 정부 주도로 진행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문체부는 이번 발표를 통해 셧다운제 개선을 강력하게 주장할 전망이다.
또 이번 연구 결과에서는 셧다운제가 게임 내수 시장을 얼마나 위축시켰는지가 구체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앞서 한국경제연구원은 셧다운제 시행 이후 게임 내수 시장이 약 1조1,600억원 줄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문체부가 게임 산업 규제 개선에 팔을 걷고 나서면서 게임 업계는 그동안 위축됐던 게임 내수 시장의 숨통이 조금은 트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문체부가 여가부의 '황소 고집'을 꺾을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한편 문체부는 이번 연구 결과의 발표 방식, 발표 내용 수위 등을 놓고 여가부와 입장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발표 이후 여가부의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종 발표는 오는 30일 국정 감사 이후 진행될 예정이며, 현재 게임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발표를 통해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