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입금되었습니다" "인출되었습니다"
입금과 인출이 동시에 일어난다. 월급날 많은 직장인이 '스쳐 지나가는' 월급을 경험하게 된다.
분명 한 달 동안 열심히 일했는데 실물은 구경도 못 한 월급이 사이버상에서 숫자로만 존재하다 0으로 수렴됐다.
매일 맛있는 것 먹으러 다니고 비싼 옷을 사 입는 것도 아닌데 내 월급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월급 때면 나타나 내 통장 탈탈 털어가는 '월급 루팡'들을 모아봤다.
1. 월세
21세기에도 호황의 불이 꺼지지 않는 유일한 전통 산업은 아마 임대업일지도 모른다.
이사할 때 돈을 되돌려 받을 수 있는 전세, 아류작 반전세도 희귀종이 되었다.
거의 모든 원룸이나 오피스텔, 아파트 등이 월세로 변했고 적으면 40~50만원 정도 좀 좋은 집을 얻었다 싶으면 70만원에서 100만원을 호가하는 곳도 적지 않다.
월세를 내고 나면 한 달 월급의 반이나 그 이상이 사라져 막상 열심히 벌어도 쓸 돈이 없는 현실을 발견하게 된다.
2. 식비
월급만 빼놓고 다 오른다는 '고공행진' 밥상물가는 물가 조사 때마다 끊이지 않는 뉴스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소비자 물가는 1년 전보다 2.2%가량 상승하며 4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 7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축산관측 월보에서 발표한 삼겹살 가격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6%나 올랐다.
삼겹살 외에도 치킨, 라면, 분식, 소주 등 서민들이 즐겨 먹는 음식과 공공요금 등은 계속해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3. 통신비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4분기 및 연간 가계 동향'에서는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통신비는 14만원이 조금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 '통신비 인하' 정책이다.
신규 가입자에 한해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율 25% 상향 적용"하는 방식으로 지난달 15일부터 시작돼 가계통신비 줄이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2일 국감에서 단말기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이 통신비 가계 부담으로 지적되며 소비자의 부담을 낮출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4. 교통비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 따르면 1997년에 비해 2017년 현재 대중교통 가격이 무려 140.8%나 올랐다.
20년새 서울 버스의 기본요금은 400원에서 200% 상승한 1,200원으로 지하철 기본요금 또한 400원에서 1,250원으로 212.5% 상승한 수치로 기록됐다.
택시 요금도 1천원에서 3천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기본거리 이후 거리당 받는 요금 또한 247m에서 142m당 100원으로 부담이 크게 늘면서 서민이 타기 부담스러운 대중교통이 되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또 다른 조사에서는 대중교통비는 전 세대에 걸쳐 2~3위의 지출 항목으로 기록됐다.
5. 경조사비
"결혼식에 1인당 5만원은 기본이다"
웨딩홀 1인당 기본 식비가 3만 5천원에서 5만원 선으로 오르며 축의금의 기본 금액도 상향되었다.
지인에게 금전적으로 도움은 주지 못하지만 최소한 손실은 끼치지 않기 위해 자신이 먹은 음식값만이더라도 결제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봄이나 가을에 갑자기 결혼식이 많아지면 한정된 월급에서 개인적으로 운용할 돈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6. 보험비
전국민을 대상으로 나라에서 운영하는 의료보험료나 국민연금료가 월급에서 공제되어 나오지만 이것만으로는 불안하다.
사기업에서 운영하는 연금보험과 암보험, 실손보험 등 각종 건강보험 등을 합하면 적으면 10만원가량 많을 경우 몇십만원에 이르는 보험료를 지불하게 된다.
건강에 대한 걱정과 미래에 대한 부담으로 매달 보험비만큼 허리띠를 졸라매지만 적은 월급에 한 달 몇십만원은 너무 부담스럽다.
막상 해약하려고 해도 위약금이 너무 많아 원금 손실 우려 때문에 쉽사리 그만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하영 기자 hayo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