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1일(토)

"난 오빠의 성욕 채우는 기구였다"…고려대에 걸린 '데이트 폭력' 고발 대자보

인사이트

Facebook '정대후문 게시판'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고려대학교 게시판에 데이트 폭력 피해 사실을 적나라하게 담은 익명의 대자보가 걸렸다. 


지난 11일 고려대학교 '정대후문 게시판' 페이스북 페이지는 "오빠는 데이트폭력 가해자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은 실제 고려대학교 캠퍼스에 게시된 것으로 현재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면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익명의 게시자 A씨는 "오빠는 데이트가 끝나고 '나는 집에 데려다 달라고 하는 김치녀가 제일 싫다'고 했다"는 말로 글을 시작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평소 데려다 달라는 애교 한 번 부린 적 없었지만 A씨는 사귀는 남자친구로부터 이런 말을 들어야 했다.


이어 "오빠는 내가 신음소리 내는 자체를 '시끄러운 소리'내지 말라고 막았다. 하지만 동시에 오빠의 성적 욕구는 채우고 싶어했다"며 "오빠한테 나는 아마 성적욕구를 채워주는 기구 정도쯤이었을 거니까"라고 말했다.


대자보에는 바지 지퍼를 내리고 자신의 성기를 꺼내 강제로 A씨에게 만지게 했다거나 A씨 가슴을 만지며 자위를 했다는 등 구체적인 사례도 나열돼 있었다.


게시자는 이 모든 과정이 명백한 '폭력'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귄다는 이유로, 연인이라는 이유로 아무렇지 않게 나의 권리와 자유를 침해하고 속박했던 오빠의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폭력이었다"며 "지금에서야 나는 이것이 '데이트 폭력'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전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게시자가 이렇게 자신의 경험을 낱낱이 밝힌 것은 "데이트 폭력은 일상 속에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또한 당시엔 데이트 폭력이라고 인식조차 할 수 없었지만 알고 나서도 보복과 가해가 두려워 제대로 신고하지 못하고 누구에게 말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A씨는 "지금에서야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어딘가에서 가해자임을 숨기고 잘살고 있을 또 다른 '오빠'가 '연인'이라는 이름 아래, '데이트'라는 이름 아래 피해 주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아무런 죄의식 없이 이 대자보 앞을 지나고 있을 수많은 '오빠'들이 변하길 바란다"며 글을 마쳤다.


인사이트Facebook '정대후문 게시판'


게시자는 각주를 통해 현재 가해자가 연세대학교에 재학 중이며 피해자는 사건 당시 고려대 소속이 아니었으나 이후 새로 고려대에 입학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대자보는 가해자도 볼 수 있도록 연세대학교에도 공동 게시되었음을 알렸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한편 지난 9월 세계일보가 한국 데이트 폭력 연구소와 함께 20~30대 미혼 여성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국 데이트 폭력실태 인식조사'에 따르면 이성 교제 경험이 있는 여성 1,316명 중 638명(52%)이 데이트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데이트 폭력 피해자 대부분은 정서 조절 곤란, 부정적 자기지각 등 복합외상후 스트레스 장애(CPTSD)를 겪고 있었다.


한국 데이트 폭력 연구소 관계자는 "데이트 폭력은 애정을 기반으로 한 관계에서 생기는 범죄로 단기간 해결이 쉽지 않다"며 "피해자도 스스로 자신의 심리·정서적 피해를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여성 10명 중 6명 "'데이트 폭력' 경험해 본 적 있다"한 여성단체의 설문조사에서 여성 응답자 절반 이상이 '데이트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남자랑 사귄 경험 있는 여성 52% "데이트 폭력 경험했다"이성 교제 경험이 있는 여성 중 52%가 데이트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