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소현 기자 = 자신을 성희롱한 직장 상사가 퇴직 후 대학의 교수로 간 사실을 안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9월 12일 새벽 여성 A(26)씨는 서울 구로구 구로동 자신의 자취방에서 숨을 거뒀다.
유족에 따르면 A씨는 2013년부터 2015년 중순까지 유부남 상사의 지속적인 성희롱에 시달렸다.
지난 2013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이하 KTL)에 입사한 A씨는 상사 B씨로부터 약 2년간 성희롱과 폭언에 시달렸다.
B씨는 2년간 A씨에게 "왜 회사에 치마를 안 입고 오냐", "나랑 사귀자, 내가 잘해주겠다"라며 지속적으로 성희롱했다.
또 "내가 자자고 하면 잘 거냐", "남자친구랑 어디까지 갔냐"는 등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B씨는 A씨의 대학원 진학과 무기직 전환을 빌미로 남자친구와 헤어질 것을 강요하거나 사적 업무를 시키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견디다 못 한 A씨는 지인과 남자친구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결국 퇴사를 결심했다.
그러나 A씨의 컴퓨터에 저장돼있던 사직서를 본 B씨는 A씨에게 사직 이유를 추궁했다.
이에 A씨가 "성적 발언 때문에 견디기 힘들다"며 "감사실에 말할 것이다"라고 하자 B씨는 "말하려면 해봐라 앞으로 다른 곳에 취업하기도 힘들고 사회생활에 문제 될 거다"라는 등의 협박성 발언을 내뱉었다.
잦은 성희롱과 협박에 시달리던 A 씨는 성적 수치심과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에 대한 B씨의 성희롱적 발언은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고 결국 A씨는 회사에 해당 사실을 알렸다.
이에 KTL은 B씨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기로 하고 A씨는 서울 지사로 전근 조치됐다.
그러나 징계위원회가 열리기 전 B씨가 자진 사임하면서 징계는 이뤄지지 않았고 B씨는 2015년 9월 퇴사했다.
최근 B씨는 광주의 한 대학교 교수가 됐다.
유족은 성희롱 사건 2년 뒤 A씨가 사망한 것에 대해 성희롱으로 인해 피폐해진 본인과 달리 아무런 죄책감 없이 잘살고 있는 B씨에 대한 분노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유족은 고소 준비 중 숨진 A씨를 대신해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유족은 그동안 A씨와 B씨가 나눈 대화 녹음 파일과 녹취록을 확보했으며 SNS 메신저를 모두 캡쳐해 놓은 상태다.
충남 아산경찰서에 따르면 9월 29일 이 사건에 대한 고소장 접수가 완료됐으며 이번 주께 고소인의 거주지 근처 경찰서로 이송된다.
이에 대해 B씨는 인사이트에 "A씨와 2015년 퇴사 이후 만난 적도 없고 관련도 없었다"라며 "사망 이유도 알지 못해 황당하다"고 말했다.
징계위원회가 열리기 전 퇴사한 부분에 대해서는 "징계위원회에서 해명을 했어야 하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어서 내가 손해보는 것으로 해서 퇴사를 했다"라며 "그 부분에 대해서 따지고 들면 저도 할 얘기도 많고 주변에 근무했던 동료들도 그 부분에 대해서 내가 결백하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KTL은 B씨가 징계 없이 사임한 이유에 대해 "A씨가 센터장과 면담 중에 '논란되길 원치 않는다'고 해 징계 없이 사임하도록 조치했다"며 "A씨와 협의 하에 B씨를 자진사임시키고 A씨를 전근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한 "직원 사망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스럽다"라며 "유족과 협의 중에 있다"고 답했다.
이소현 기자 sohyu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