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딸이 대학도 진학하지 않고 고생해서 번 돈을 털어 음반을 내는 '철부지 가수 지망생' 엄마가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
지난 9일 방송된 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에서는 힘겹게 모은 돈을 자신의 꿈을 이룬다는 명목으로 전부 다 써버리는 엄마가 고민이라는 딸의 사연이 소개됐다.
이날 사연의 주인공으로 출연한 딸은 "가수 지망생인 엄마는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은 무조건 해야 직성이 풀린다"며 "앨범을 2집까지 냈는데 한 번 앨범을 발매할 때마다 4~5천만 원 정도 든다"고 말했다.
또 "무대 의상 가격은 5~60만 원 정도인데 한 번 입은 옷은 두 번 입지 않는다"면서 "그뿐만 아니라 앨범을 내주겠다는 사기꾼들한테 사기도 엄청 많이 당했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에 더해 "엄마가 취미로는 골프를 쳐서 연간회원권과 하나에 350만 원짜리 골프채를 사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살고 있는 집은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었다"고 전해 방청객을 아연실색게 했다.
문제는 엄마가 쓰는 이 모든 돈이 엄마 본인의 돈이 아닌 딸의 돈이라는 것.
딸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어린 나이에 먹고 싶은 것 참아가며 힘겹게 돈을 모았지만 이는 모두 엄마의 수중으로 들어갔다.
딸은 "엄마 때문에 지금은 한 푼도 남지 않았다. 지금까지 적금 깬 돈만 4천만 원"이라며 "엄마는 갚으려는 노력도 전혀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심지어 딸은 이런 엄마 때문에 살고 싶지 않다는 나쁜 생각까지 했다고 전했다.
마음고생이 심해 음식도 전혀 먹지 못해서 일주일에 살이 12kg이나 빠진 적이 있다는 딸의 말에 엄마는 "다이어트 하는 줄 알았다"고 대답해 방청석의 쓴웃음을 자아냈다.
본인이 딸한테 많이 의지하는 편이라며 운을 뗀 엄마는 "어려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다 보니 원래 꾸던 꿈을 이루지 못해서 속상했다. 그래서 자녀들을 원망하고 그랬다"고 말했다.
이에 딸은 "엄마가 술을 드신 날이면 나에게 '너 때문에 인생을 망쳤다'고 말하곤 했다"고 고백해 MC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날 게스트로 출연한 허영지는 "딸이 너무 덤덤하게 말하는데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마음고생 해왔을까"라 말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엄마가 본인 중심인 편이고 딸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다"는 MC들의 의견에 엄마는 대번에 "맞다"고 수긍했다. 덧붙여 자기 자신을 '이기주의자'라 칭하기도 했다.
돈 얘기가 나오자 엄마는 "갚을 거다"라고 말했다. 어떻게 갚을 거느냐에 대한 질문에는 "뭐 어떻게 갚는 건 없고, 갚긴 갚을 거다"라 대답했다.
이야기가 끝에 다다르자 딸은 마지막으로 엄마에게 "사랑한다. 앞으로 행복하자"고 가슴 깊은 진심을 전하며 마무리 지었다.
한편 해당 사연은 이날 166표라는 많은 공감 표를 얻으며 1위 사연으로 등극했다.
황효정 기자 hyoj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