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다래 기자 = 출산을 앞둔 임신한 며느리에게 제왕절개 수술을 할 때 불임수술까지 받으라 강요한 시어머니가 빈축을 샀다.
명절 연휴 여드레째인 지난 7일 국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시모가 제왕절개 후 불임수술 하래요'라는 글이 공개돼 이목을 끌었다.
출산 5개월 앞둔 임신부라고 소개한 A씨는 최근 시어머니와 대화를 나누던 중 황당한 이야기에 서운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고 한다.
사연은 임신한 며느리에게 시어머니가 '명령조'로 한 말에서 비롯됐다.
시어머니는 A씨에게 "둘째도 제왕절개로 수술을 하니까 이번에 불임수술을 받아라. 우리 아들 고자 만들지 말고 말이다"고 말했던 것.
A씨는 당황했지만 내심 서운한 마음에 "여자가 애도 낳아주는데 남자가 불임수술 받으면 안 될까요"라고 조심히 말했는데 싸늘한 반응만 돌아왔다.
특히 시어머니는 첫째를 제왕절개로 출산하고 소변줄 꼽고 병원에 누워있는 며느리 A씨에게 "우리 아들 피임시키지 말고 니가 피임해라"고 말했던 분이었다.
기분이 나쁘고 서운한 마음에 남편에게 그런 솔직한 심정을 밝혔는데 남편의 태도 역시 황당했다.
남편은 아내에게 "그냥 네~네 대답하고 말지 뭐 그렇게 토를 달았냐"며 "우리 엄마가 니 친구냐"라고 핀잔을 했다.
이어 "둘째 낳을 때 제왕절개 수면마취 시켜놓고 강제로 불임시술을 시키는 것은 아닌지 벌써부터 걱정이다"며 "생각할수록 열 받고 서운하다"고 전했다.
게시글이 공개되자 누리꾼들은 "여자가 애를 낳는 기계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 "어떻게 같은 여자로서 며느리에게 저런 말을 할까", "산모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정말 화나고 서운할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이런 논란 속에서 누리꾼들은 "한국의 출산율이 전세계에서 가장 낮다는 통계가 있는데 정말 점점 한국에서 애를 낳고 키우는 것은 고단하고 힘든 일인 듯 싶다"고 푸념했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출생 통계(확정)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17명으로 전년보다 0.07명 감소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최하위 수준으로 파악돼 빨간불이 들어왔다.
지난 2015년 기준 OECD 평균 합계출산율은 1.68명으로, 1.3명 미만 국가는 한국과 폴란드(1.29명) 뿐이다.
지난해 연간 출생아 수는 전년보다 3만2200명(7.3%) 감소한 40만6200명으로 조사돼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0년 이후 최저치다.
산모의 평균 출산연령은 32.4세로 전년보다 0.2세 높아졌는데 이는 지난 2006년 30.4세에서 10년 만에 두 살이 높아진 것이다.
이다래 기자 dara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