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의식을 잃고 '식물인간'이 돼버린 남성이 15년이 지난 후 기적처럼 눈을 번쩍 떴다.
지난 25일(현지 시간) 프랑스 국립인지과학연구소의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를 통해 충격적인 사실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미주신경(Vagus nerve)'에 일정한 전기 자극을 보내면 의식을 잃었던 뇌가 제기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토대로 실험을 진행했다.
미주신경은 뇌에서 시작해 목, 척추로 연결되며 부교감신경 및 감각, 운동신경 역할을 수행하는 신경계다.
이는 뇌와 신체의 모든 장기, 기관을 오가며 신경 신호를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만일 미주 신경에 이상이 생기면 의식을 잃거나 신경이 마비되는 치명적인 증상을 보인다.
연구진은 식물인간 환자의 의식을 깨울 수 있는 방법으로 미주 신경의 활성화를 꼽았다. 인위적인 전기 자극을 통해 뒤엉켜버린 신경 신호를 교정해 치료하는 것이다.
이에 15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식물인간 판정을 받은 익명의 35세 남성을 상대로 실험을 진행했다.
민감한 쇄골 부위에 장치를 설치하고 일정한 전기 자극을 보내며 뇌 혈류량 변화를 관찰했다.
실험 시작 1개월이 지나자 남성 환자의 몸에는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는 눈으로 특정한 물체를 바라보며 시선을 옮길 수 있었고, 고개를 움직이거나 질문에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뇌 분석 결과도 놀라웠다. 전기 자극 치료 후 운동과 감각, 의식을 담당하는 뇌 영역에서 혈류량이 증가하고 뇌파도 증가했다.
연구를 진행한 수석연구원 안젤라 시리구(Angela Sirigu) 박사는 "이 모든 것들은 뇌가 의식을 회복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아직은 미약한 단계지만 환자에게는 희망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더 많은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에게 전기 자극 치료법을 시험해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연진 기자 ji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