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북극에 난데없이 내린 '붉은 눈'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던 북극곰의 피눈물일까.
지난 24일(현지 시간) 경제 전문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북극 지방에서 발견된 붉은 눈의 정체에 대해 보도했다.
우리에게는 낯설기만 한 붉은 눈은 사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시에라네바다, 알래스카 혹은 북극 지방, 고산지대 등지에서 드물지 않게 발견되는 현상이다.
붉은 눈은 이름 그대로 불그스름한 색깔을 지녀 흔히 '수박 눈(Watermelon Snow)'이라고도 불린다.
이같은 현상은 눈 속에 사는 클라미도모나스(Chlamydomonas nivalis)라는 미생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녹조 생물의 일종으로, 극지방의 강렬한 자외선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붉은빛을 발산한다. 이로 인해 '붉은 눈'과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붉은 눈'이 빙하를 더욱 빠르게 녹게 만들어 북극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알래스카 퍼시픽 대학교(Alaska Pacific University)의 생물학 교수인 로만 다이얼(Roman Dial)은 최근 북극 지방에서 벌어지는 이상 현상에 주목했다.
그는 붉은 눈의 원인인 미생물 클라미도모나스의 개체 수가 급속도로 번식하고 있는데, 이와 유사한 추이로 빙하 면적이 줄어들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클라미도모나스와 빙하 해빙 간의 상관관계에 대해 실태 조사를 실시한 로만 교수는 충격적인 사실을 밝혀냈다.
조사 결과 클라미도모나스가 빙하의 해빙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전체 빙하 해빙 중 17%가 해당 미생물의 영향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83%는 기후 변화에서 기인했다.
로만 교수는 "붉은 눈은 북극 지방에서 발견되는 자연 현상이었는데, 어느새 이 현상이 북극 생태계를 위협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 돼버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클라미도모나스의 급격한 개체 수 증가는 지구 온난화와도 긴밀히 연결돼 있다"라며 "결국 붉은 눈은 서식지를 잃어버린 북극곰들의 피눈물과도 같다. 빙하 해빙은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연진 기자 ji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