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찐득한 액체로 뒤엉킨 물컹물컹한 괴생명체가 전 세계 곳곳에서 출몰하고 있어 환경 전문가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최근 온라인 미디어 엘리트리더스에는 사람 뇌 모양을 닮은 거대한 괴생명체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고 전했다.
캐나다 밴쿠버의 도심 공원 스탠리 파크(stanley park)를 주변을 조사하던 환경생태학자 캐슬린 스터몬트(Kathleen Stormont)는 인근 습지대에서 자주 발생하는 녹조현상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답사에 나섰다.
그러던 중 캐슬린은 습지대의 바닥에 자리 잡고 있는 사람 뇌 모양의 검갈색 괴생명체를 발견했다. 다름 아닌 '큰빗이끼벌레(Pectinatella magnifica)'였다.
큰빗이끼벌레는 1mm 안팎의 작은 개체들이 한 덩어리를 이루며 살아가는 태형동물이다. 유속이 느린 호수나 강가, 그늘진 습지대에 주로 서식한다.
캐슬린은 "큰빗이끼벌레는 아메리카 지역이 원산지이며 호수나 습지대에서 자주 출몰했다"라면서도 "최근 들어 개체 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이상 현상을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더 나아가 큰빗이끼벌레가 전 세계 지역으로 서식지를 넓혀가면서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생태계의 급격한 변화를 뜻하는 유의미한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환경 전문가들은 큰빗이끼벌레의 수가 점차 증가하는 이유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와 수온 상승을 꼽는다.
기후가 급격히 변화하며 기존의 생태계가 변화, 파괴돼 나타나는 하나의 현상이라는 것이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환경오염으로 인해 큰빗이끼벌레의 수가 증가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설득력이 약한 주장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큰빗이끼벌레는 1~3급수의 비교적 깨끗한 물에서 서식하며 수질이 나빠질 경우 쉽게 죽어버리는 동물이다.
이에 큰빗이끼벌레가 환경과 수질 오염의 증표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분명한 것은 큰빗이끼벌레의 기하급수적인 번식이 '생태계 변화의 신호'라는 점이다. 자연이 인간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인 셈.
전문가들은 큰빗이끼벌레의 출몰에 주목해 생태계 변화와의 상관관계를 밝히고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부터 큰빗이끼벌레가 환경계의 화두로 등장했다. 지난 2014년 정부의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일대에서 발견돼 파문이 일었다.
일부 전문가와 언론은 이를 두고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환경 오염의 증거'라고 주장했지만 인과관계를 명확히 드러내지 못해 논란이 지속됐다.
그러나 큰빗이끼벌레가 강에서 발견됐다는 것은 그만큼 강의 유속이 느려졌음을 의미하며, 이는 곧 녹조를 유발하고 생태계 파괴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연진 기자 ji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