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다래 기자 = 시작은 같지만 끝은 다른 게 '사랑'이다. 그래서 어느 한 쪽은 꼭 상처받을 수밖에 없는 것도 '사랑'이다.
사람 인생도 그렇지만 '사랑'도 언젠가는 끝이 나기에 그 순간이 더 아름답고 찬란한지도 모르겠다.
이별의 이유들은 난무하지만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숙제는 '아픔'이다.
예쁘기만 했던 사랑의 끝이 변심이든 죽음이든 '슬픔'을 남긴다는 것은 인생의 참 아이러니한 숙명 중의 하나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했지만 한쪽의 사랑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 강도는 시간에 따라 약해지겠지만, 문득문득 생각나는 건 어쩔 도리가 없다.
이별한 여성들이 전 남자친구가 생각나는 순간들을 모아봤다. 사랑하며 쌓은 추억들이 오히려 이별 후 잔인한 '독'으로 돌아왔다.
1. 내가 가장 약해졌을 때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됐던 그 사람이었다.
유독 하루가 안 풀리던 어느 날 따뜻한 눈빛으로 나를 위로하던 전 남친이 생각나 서글픔에 눈물짓는다.
말 안 해도 분위기만으로 나의 컨디션을 알아봐 줬던 그 사람이기에, 그런 전남친의 따뜻한 품이 격하게 생각나기도 한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내가 가장 약해졌을 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옆에 없는 전남친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2. 전남친과의 추억을 발견했을 때
추억은 그 무엇보다 강했다. 내 주위 어디서든 그 사람에 대한 추억을 발견했을 때 불현듯 구남친 모습이 떠오른다.
우리만 알았던 맛있는 맛집이나 그 사람이 좋아했던 향긋한 커피는 그 주변에만 가까이 가도 자동적으로 그 사람이 겹쳐 보이게 한다.
지나가던 남자에게서 익숙한 향수 냄새를 맡거나 길거리에서 함께 듣던 노래만 흘러나와도 옛 추억에 문득 발걸음이 늦춰지곤 한다.
3. 주변에서 남자친구 이야기할 때
친구들이 격한 음성으로 남자친구와 싸운 이야기를 토해낼 때 솔로인 나는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이다.
그리곤 생각한다. "저렇게 지지고 볶는 남자친구라도 있었으면..."
만날 때는 몰랐는데 싸운 이유들을 들어보면 참 별거 아니다 싶은 것들로 가득하다. 그때는 왜 몰랐을까. 그리고 왜 이해하지 못했을까.
주변 사람들이 남자친구와 멋진 곳을 가고 맛있는 걸 먹으러 갈 때도 전남친이 생각난다. 나도 저런 이유들로 행복했었는데 말이다.
4. 주말에 약속 없을 때
연애할 때는 주말이 항상 계획들로 가득했다. 딱히 특별한 계획이 없어도 남자친구를 만나는 게 당연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별한 뒤 늘어나는 건 시간이요, 넘쳐나는 건 무료통화 시간이다.
친구들은 저마다 남자친구를 만나고, 남편을 챙기기에 바쁘다. 나 '혼자' 시간을 즐길 방법들을 찾기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바쁜 일상에 치여 한쪽으로 밀어뒀던 그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나 혼자만의 시간이 됐을 때 파도처럼 한 번에 밀려들어 나를 힘들게 하기도 한다.
5. 각종 기념일이 다가왔을 때
유치하다고만 생각했던 '빼빼로 데이', '발렌타인 데이'가 이별 후 유독 쓸쓸함이 배가 되는 날로 심장을 관통한다.
'화이트데이'날 살 뺄 생각에 고군분투하는 나에게 사탕이 가득 담긴 상자를 건네는 구 남친에게 핀잔을 줬던 나 자신에게 후회가 밀려온다.
사랑하는 사람의 생일날, 그 사람이 좋아하는 선물을 준비하며 행복해할 상대방을 떠올리던 과거도 스쳐간다.
6. 절친의 결혼 소식을 들었을 때
여성들의 나이가 서른 즈음에 머물렀을 때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청첩장'이다.
'결혼' 없이도 살면 살겠다고 생각했지만 내 '절친'의 청첩장 앞에서는 한 번씩 무너지는 게 여성들이다.
이럴 때 과거에 '이 사람이라면 결혼해도 괜찮겠다' 싶었던 전 남친이 생각난다. 그 사람과 아직도 사랑을 지켜갔다면 나도 청첩장을 쥐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을 텐데 하는 후회 아닌 후회가 밀려온다.
7. 지금 남친에게 서운할 때
새로운 사랑을 시작했지만 과거 구남친과의 익숙했던 편안함이 몸서리치게 그리워질 때가 있다.
지금의 남자친구와 맞춰가는 과정에서 싸움은 '자연스레' 매 순간 발생했고, 그때마다 퍼즐처럼 잘 맞춰놨던 그 사람과의 관계가 생각나 솔로일 때보다 더 그 사람이 보고 싶어진다.
헤어지고 나면 행복했던 순간이 강렬하게 남는다. '그 사람이라면 안 그랬을텐데' 라는 비교는 끊임없이 떠오르며 나를 힘들게 한다.
이별한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진리의 법칙이 있다. '시간이 약이다'
인간은 다행히도 기억력이 짧다. 강렬했던 행복한 순간은 내 평생 지워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다행이다. 그런 행복한 순간을 경험할 수 있어서 말이다.
이별의 법칙에는 두 번째 진리도 있다. '새로운 사랑으로 잊는다'
헤어짐은 슬프지만 역설적이게도 슬퍼야만 새로운 사랑이 찾아온다. 매 순간 소중한 사랑을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당신을 응원한다.
이다래 기자 dara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