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화)

"10살의 나를 성폭행했던 아저씨에게 13년 만에 복수를 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10살의 어린 나이에 당한 성폭행 기억을 잊지 않고 살던 피해자가 우연히 만난 성폭행범을 법정에 세워 죗값을 치르게 했다.


1일 창원지법 형사4부(장용범 부장판사)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64)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80시간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경남에 살던 B씨(23)는 10살 때인 2004년 어머니가 알고 지내던 시외버스 기사 A씨로부터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


당시 B씨의 어머니는 지적 장애가 있었고, 아버지도 교통사고로 뇌를 다쳐 성폭행 사실을 털어놓아도 별다른 도움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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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으로 성폭행을 당한 그해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B씨는 경북에 있는 할머니 집으로 보내졌다.


가해 남성 A씨를 단죄할 수 있는 기회는 12년이 지나서야 찾아왔다.


지난해 3월 B씨는 아버지를 배웅하러 나간 대구 시내의 한 버스 터미널에서 A씨와 우연히 맞닥뜨렸고, B씨는 그와 마주하는 순간 A씨가 자신을 성폭행하고 강제추행한 사람임을 알아챘다.


B씨는 고모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5월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그런데 재판 과정에서 A씨는 B씨를 성폭행하거나 성추행한 적이 없었다고 발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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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3년 전 사건이지만 B씨가 당시 상황을 매우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B씨는 성폭행당한 숙박업소 위치를 정확한 기억하고 있었다. 또 2004년 당시 A씨가 근무한 버스회사의 이름, 그가 몰던 버스 차량번호 4자리, 운행 노선 구간도 기억하고 있었다.


A씨는 버스 차량번호와 B씨가 말하는 번호의 맨 끝자리가 다르다며 허위 진술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B씨가 A씨의 버스를 알지 못하면 4자리 번호 가운데 3자리를 특정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라며 B씨의 진술을 인정했다.


이를 토대로 재판부는 B씨가 A씨를 무고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으로 판단,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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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B씨 진술에는 실제로 경험하지 않았다면 묘사하기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이 다수 포함됐고,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으며 세부적인 부분까지 일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사건 범행을 부인하면서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등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피해자는 여전히 건전한 성적 가치관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선고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