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출장 갔다오겠다며 두 아이들에게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선 아빠가 싸늘해진 주검으로 돌아왔다.
영정사진 속에서 자신들을 향해 환하게 웃고 있는 아빠의 모습을 본 두 아이들은 아빠를 다시 볼 수 없다는 말에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냈다.
지난 29일 프리랜서 다큐멘터리 PD로 활동 중인 김영미 PD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남아공에서 촬영 도중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故) 김광일, 박환성 PD 합동 장례식 모습이 담긴 사진 한 장을 게재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아빠 영정사진 앞에서 할머니 품에 안겨 슬픔을 참지 못한 채 오열하고 있는 故 김광일 PD의 어린 아들과 딸의 모습이 담겨 있다.
김영미 PD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너무 큰 상실감에 뭐가 어찌 돌아가는지 모를 정도"라며 "이러다 우리 두 피디의 억울한 죽음이 묻히는건 아닌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 철모르는 광일 PD 애들은 뭘 먹고 살지.. 먹고 사는 문제로 고민하던 아빠조차 없는 아이들을 보니.. 가슴이 미어진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밤이다"고 덧붙였다.
한국독립피디협회에 따르면 EBS '다큐프라임: 야수와 방주' 제작을 위해 남아공 현지 촬영 중이던 故 김광일, 박환성 PD는 현지 시간으로 지난 14일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두 사람이 타고 있던 차량은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차량과 정면으로 충돌해 사고가 났으며, 당시 상대 차량 운전자는 졸음 운전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故 김광일, 박환성 PD의 유해는 지난 27일 오후 빈소에 안치됐으며 30일 유가족과 동료 PD들이 참석한 가운데 발인식이 엄수됐다.
싸늘해진 시신으로 돌아온 아빠를 본 故 김광일 PD의 10살 큰딸은 아빠에게 작별 인사하는 모습을 보여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만들었다.
한편 故 김광일 PD 아내 A씨는 "정말 일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자부심 넘치고 열정적으로 일했던 남편"이라며 "너무 열악한 방송 환경에서 잘못된 관행을 바꾸고자 부단히도 노력했던 그 사람은 떠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송계의 공인이자, 한 여자의 남편으로, 또 두 아이들의 아빠, 어느 동생의 형, 어느 부모의 장남으로서 다양한 역할 속에서도 그 사람은 열심히 살았다"고 남편을 그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