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한다.
분명 존재하는 말이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이 말을 실천한 것으로 알려진 사람이 있다.
바로 오뚜기 창업주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이다.
지난해 작고한 그는 1992년부터 심장병 어린이를 후원해 수천 명의 어린이에게 새 생명을 준 미담과 1,500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 납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소하지만 지키기 힘들고, 꼼수 없는 정직의 길을 끝까지 지켰던 창업주의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의 어록을 통해 갓뚜기의 참모습을 알아보자.
1. "순수한 우리 시장을 개척해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싸웠기 때문에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오뚜기가 '우리 시장을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세계 최대 케첩 회사와의 경쟁에서 승리한 후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한 말이다.
창업 2년만인 1971년에 오뚜기는 국내 최초로 토마토케첩을 만들고 지속해서 '국내 최초' 식품 상품 개발에 주력했다.
1980년 세계 최대 케첩 회사인 미국의 하인즈사가 국내에 진출하며 10년 넘게 대결을 이어갔으나 결국 승기를 거머쥐었다.
그는 시식회에 직접 참가해 평가하고, 의견을 교환했을 정도로 연구개발과 품질관리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는 국내 식품회사 가운데 가장 많은 1등 제품을 보유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 평가받고 있다.
2.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의 사후, 생전 심장병 어린이 4,243명에게 새 생명을 주었던 것이 밝혀지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지난 4월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다루며 널리 알려진 그의 선행은 지난 1992년 가정 형편이 어려워 수술을 받지 못하는 어린이 소식을 접하고 후원을 하기 시작했다.
79억 원을 지원해 4,243명의 심장병 어린이들에게 새 생명을 전했으나 잘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 2015년에 사회복지법인 밀알복지재단에 315억 원에 달하는 개인 주식을 기부하기도 했다.
같은 해 11월 오뚜기 명예 회장의 오뚜기가 보유주식을 공시하며 갑자기 줄어든 3만 주의 용도를 밝히다 알려졌다.
3. "사람을 비정규직으로 쓰지 말라"
몇 해 전 오뚜기가 판매사원 1,8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며 착한 기업이란 칭송이 이어졌다.
이에 경쟁사들은 "업계 관행"이라며 오뚜기만의 일이 아님을 확실히 했다.
지난 3월 말 발표된 오뚜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직원 수는 3,099명이다.
이중 '비정규직'인 기간제 노동자는 비중이 1.16%에 36명으로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뚜기는 함 명예회장의 지시에 따라 대형마트에 파견되는 시식사원도 순차적으로 정규직화했다.
4. "정직해라 법을 지켜라"
삼성의 10조 재산에 16억 상속과 비교되곤하는 오뚜기의 1,500억 원 재산세 납부도 빼놓을 수 없는 미담이다.
'법을 지키는 것'이 미담이 되어버린 슬픈 현실은 국내 대다수의 기업들이 상속세를 적게 내거나 혹은 내지 않기 위해 '꼼수'를 부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상속세 1,500억 원을 5년간 납부하기로 한 오뚜기 함영준 회장 역시 미담에 발을 들여놓았다.
정의당 원내대표 노회찬 의원이 올해 1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3천억 원의 주식을 물려받은 오뚜기 회장은 1천5백억 원의 상속세를 냈는데 10조 원을 일구는 이 부회장의 상속세는 16억 원밖에 안 되는 것을 용인하고 넘어갈 것이냐"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5. "관심은 변화를 불러온다"
1969년 설립한 오뚜기는 '카레'를 처음으로 생산한 데 이어 토마토케첩, 마요네즈, '3분 카레'를 출시하며 국내 레토르트 식품 시장에 첫 테이프를 끊었다.
이는 "관심은 변화를 불러온다"를 불러온다는 함 고(故) 명예회장의 개척정신이 발휘된 것이다.
신제품 개발을 격려하며 시대를 선도하는 맛을 갖추고자 힘썼던 그의 사업 이념이 녹아있다.
오뚜기는 카레와 토마토케첩, 3분 요리 등의 주요 제품의 국내 출시 이후 단 한 번도 1등 자리를 내준 적이 없을 정도로 지속적인 품질 관리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하영 기자 hayo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