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하고도 악착같이 일하다 결국 유산하는 유주를 보면서, 가임 여성인 저도 출산과 육아에 대해 진심으로 심각하게 생각하게 됐어요. 시작하기도 전에 두려워진 것도 사실이죠. 결국 사회가 바뀌어야 하는데… 언제쯤 바뀔까요?"
전국 평균 시청률 30%(닐슨코리아)를 훌쩍 넘어서며 고공 행진 중인 KBS 2TV 주말극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악바리 커리어우먼 김유주를 연기 중인 배우 이미도(본명 이은혜·35)는 실제로 지난해 결혼해 2세를 계획 중인 예비 엄마로서 고민이 늘었다고 했다.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이미도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굉장히 힘들었다. 제가 현장에서 NG를 많이 내는 편이 아닌데 NG도 많이 냈다"며 "저 역시 대본을 받기 전에는 유주가 유산할지 어떨지 모르는 상태였다 보니까 불안한 유주의 상황에 몰입해 저도 힘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극 중 유주는 준영(민진웅 분)과의 아이를 갖고도 직장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일을 하다가 결국 유산하고 말했다. 그런데도 유산하고 1주일 후 바로 출근을 할 정도로 그는 차분했다. 이미도 역시 처음에는 선뜻 유주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유주가 유산하고도 별 반응이 없고, 오히려 신랑에게 큰소리를 치는 것 보고 왜 저럴까 궁금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유주는 어릴 때부터 가족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잖아요. 또 백 없이 한 회사의 팀장이라는 위치에 올라오기까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겠어요. 모성애란 것은 몰랐어요. 그러다 준영이, 그리고 그 가족들과 지내면서 사랑을 알게 된 거죠. 그걸 깨닫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생각해요."
유주는 결국 출산을 손꼽아 기다리며 준영이 사놓은 육아용품을 보고서야 준영의 진심과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깨닫게 된다.
이미도는 "그 회 대본을 받고 정말 엉엉 울었다"며 "비로소 힘든 감정들이 해소가 됐다"고 말했다.
이미도는 극 중 유주와의 싱크로율은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는 "생활력 강하고 야무진 것, 신랑한테만 보여주는 애교 등은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번 작품에서 커리어우먼도 돼보고 결혼, 출산, 유산에 친정엄마와의 갈등까지 다양한 사건을 겪으면서 정말 복합적인 감정들을 다 연기해보는 것 같다"며 "대가족이 항상 함께 등장하다 보니 선후배들로부터 배우는 점도 많다"고 덧붙였다.
극 중 유주와 준영은 남다른 애정을 자랑한다. 아무래도 '사랑꾼'인 준영의 힘이 크다. 2살 연하로 알려진 실제 그의 남편과는 얼마나 닮았을까도 궁금해졌다.
"제 신랑도 내조를 많이 해줘요. 대본 연습도 항상 같이 해주고, 제가 촬영하고 오면 모니터링도 열심히 해주죠. 참 다정한 면이 준영과 많이 닮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은 신랑이 질투도 하더라고요. 제가 진웅이와 호흡이 점점 맞아가면서 신랑한테만 하는 애교나 눈빛이 화면에서도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남들이 보면 아무것도 아닌 장면인데 분개하더라고요, 글쎄. (웃음)"
2004년 영화 '발레교습소'로 데뷔한 이미도는 그동안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주로 '신스틸러' 역할을 자주 했다.
섹시하고 육감적인 이미지로도 친숙한데, 주말극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묻자 "긴 호흡으로 가는 주말극을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며 "인간적인 면이 묻어나는 캐릭터도 욕심이 났다"고 답했다.
그는 무명시절 '센 캐릭터' 제의만 들어온 탓에 좌절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렇게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역할이 즐겁다고 했다.
"한 번은 귀신 들린 역할이 들어왔는데, '진짜 이것까지 해야 하나, 이게 내가 원하던 건가?' 하면서 엄마 앞에서 대성통곡을 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결국 하고 나니 제가 봐도 진짜 귀신 들린 것 같더라고요. 매 순간 다른 인물로 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아요. 앞으로는 유주보다도 더 서민 같은 역할을 비롯해 훨씬 다양한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이미도는 '아버지가 이상해' 후반부 관전 포인트에 대해 "유주와 준영이가 한 번 더 위기를 극복하며 관계가 더 좋아졌으니 이제 미영(정소민)과의 관계만 풀리면 된다"며 "얄미운 모습은 이제 좀 접어두고 회복하는 그림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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