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위안부' 여성을 연기한 5명의 여배우들은 이렇게 말했다

인사이트(좌) 영화 '군함도' / (우) 서울시


[인사이트] 이다래 기자 = 얼마 전 일본이 절대 부인 못 할 '위안부' 증거 영상이 최초 공개되며 위안부 문제가 또 한 번 뜨거운 화제로 떠올랐다.


당시 영상 속 여성들은 처참한 몰골로 두렵고 초조한 표정을 내비치며 신발도 신지 못한 채 맨발로 서 있었다.


영상이 공개되자 국민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절망하며 눈물을 흘렸다.


절대 잊어서도 안 되고 잊혀서도 안될 우리의 슬픈 역사 '위안부'.


이는 끊임없이 영화로 제작되며 국내에서는 물론 해외에서도 퍼져나가며 회자되고 있다.


어쩌면 연기하기에 가장 어렵고 예민했었을 '위안부' 연기를 여배우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게 됐을까?


표정 하나하나에, 몸짓 하나하나에 그들의 아픔을 담아내기 위해 수많은 고뇌와 엄청난 걱정을 안고 갔을 여배우들.


그들이 말하는 '위안부' 연기의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을까?


1. '군함도' 이정현


인사이트영화 '군함도'


"모든 장면을 촬영할 때마다 울컥했다"


이정현은 이번 영화에서 군함도에 강제로 끌려 온 조선인 말년 역을 맡았다.


이정현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위안부 피해자들이 당하기만 하는 것에 끝나지 않고 당당히 맞서는 스토리에 매료됐다"며 캐스팅에 임한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실제 그는 5kg에 육박하는 총을 들고 액션 장면을 완벽하게 소화했으며 일본인에게 받는 갖은 억압, 폭행에도 흐트러짐 없는 눈빛으로 강인한 조선 여인의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그는 실감 나는 연기를 위해 약 7kg 몸무게를 감량했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정현은 "43kg 정도 나가는데 36.5kg까지 감량했다"며 "밥을 못 먹어 굉장히 마른 피해자분들이 많았다. 그래서 다큐를 보고 살을 빼면 좀 더 아픔을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살을 뺐다"고 고백했다.


2. '눈길' 김향기


인사이트영화 '눈길'


"배우로서 이런 작품을 최선을 다해 연기하는 게 피해자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일제 강점기 비극적인 삶을 살아야 했던 '종분' 역을 연기한 김향기는 시나리오를 읽기 전부터 많은 걱정을 했었다고 털어놨다.


김향기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배우로서 과거의 아픔을 지닌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그리고 책임감을 느꼈기에 이번 작품을 택하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위안부 소재 영화인 만큼 조심스럽고 신경 쓸 부분도 많았다며 감정적인 어려움에 대해 토로했다.


김향기는 "소녀들의 마음을 내가 잘 표현하고 싶었다. 물론 어렵고 예민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그만큼 중요하고, 많은 분들이 알아 주셨으면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3. '눈길' 김새론


인사이트영화 '눈길'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는 해야할 이야기"


중학교3학년의 어린나이에 위안부를 연기한 김새론은 "영화를 네 번 봤는데 볼 때마다 울었다. 내가 연기를 했음에도 또 마음이 아프고 화도 나고 눈물이 계속 났다"고 먹먹한 소감을 전했다.


그는 "추운 겨울에 세밀한 감정을 연기하는 부분이 힘들었지만 '위안부 피해자 분들은 지금의 촬영 현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춥고 힘들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추운지도 몰랐다. 감히 힘들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4. '소리굽쇠' 조안


인사이트영화 '소리굽쇠'


"내 앞에서 '나 정말 아팠어'라고 이야기하셨다"


배우 조안은 국내 최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소재로 한 극영화 '소리굽쇠'에 출연료 없이 재능기부로 참여했다.


시나리오부터 너무 슬펐다는 그는 "출연 결정하기 전엔 걱정과 함께 부담감이 있었었다. 자칫 잘못하면 할머니들께 두 번의 상처를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걱정스러움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위안부 할머니들은 아직도 과거의 아픔을 이야기 하면 힘들어하신다. 영화를 통해 할머니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기억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5. '귀향' 강하나


인사이트영화 '귀향'


"촬영하면서 비명 소리가 견디기 힘들었다"


영화 '귀향'은 개봉 닷새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주목받았다. 이 영화에서 '정민' 역을 완벽하게 소화한 강하나는 촬영 이전부터 의학 전문가의 정신 상담을 받으며 촬영에 임했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소녀들을 소각장에서 불태우는 장면을 보기가 힘들었다. 소녀들이 타는 걸 보니까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어려운 감정 표현으로 촬영이 쉽지 않았다는 강하나는 "(소녀들의) 억울함과 슬픔의 깊이를 내가 잘 형상화할 수 있을까"란 고민이 깊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를 보고 난 뒤 그는 "빨리 할머니들이 원하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할머니들이 행복하게 웃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위안부' 아픔 그려내기 위해 이정현이 36kg까지 감량한 진짜 이유영화 '군함도'에서 위안부 피해자로 열연을 펼쳤던 이정현이 체중 감량 비화를 전하면서 극 중 맡게 된 캐릭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이다래 기자 dara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