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논산훈련소에서 부대장이 병사 통행로를 가운데에 두고 활쏘기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9일 군인권센터와 육군에 따르면 논산훈련소 제23교육연대장 김모 대령은 연병장에 과녁과 사대를 차려놓고 국궁 연습을 했다. 확인된 기간은 5월 중순부터 6월 초까지 20일가량이다.
특히 김 대령은 주로 일과 시간인 오후 4∼5시에 국궁을 했고, 훈련병의 저녁 식사 시간인 오후 6시께에도 활을 든 것으로 전해졌다.
더 큰 문제는 김 대령이 설치한 과녁과 활을 쏘는 사대 사이에 훈련병의 보행로가 있다는 점이다. 이 부대 연병장은 보행로를 사이에 두고 둘로 나뉜 형태인데, 한쪽 연병장에 사대를, 다른 쪽에 과녁을 세웠다.
훈련병들은 식당으로 갈 때 이 보행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과녁과 사대 사이를 지나야 했다.
김 대령이 훈련병들이 지나갈 때 활시위를 당긴 것은 아니다. 보행로에 사람이 있을 때는 멈췄다고 한다.
하지만 군인권센터는 "사람이 있을 때 멈춘다고 하더라도 누가 급하게 뛰어가거나 갑자기 가던 길을 되돌아갈 때 활에 맞을 위험이 있다"며 "다수의 훈련병이 이를 위험하다고 생각해 센터로 제보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훈련병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연대장이 도리어 훈련병들이 다니는 길목에서 활쏘기 연습을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 부대에서 최근 훈련받은 A씨도 "보행로 양쪽의 두 연병장 모두 매우 넓은데 굳이 보행로를 사이에 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개인 여가활동을 위해 군사교육 시설을 사유화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A씨는 "군대는 사격할 때 최고조의 긴장 상태를 유지한다"며 "활은 총과 달라서 바람의 영향으로 사선을 벗어나 날아가 버릴 수도 있지 않으냐. 오히려 총보다 활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연대가 이 사안의 공론화를 원치 않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을 보여주는 정황도 나왔다.
A씨에 따르면 지난달 말 훈련병을 대상으로 한 정례 감찰 설문 때 훈련병 30명 이상이 '활쏘기를 제재해 달라'고 요청했다.
부대 측은 설문에서 제기된 시설·위생 등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훈련병들에게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하고 답변해줬지만, 유독 부대장이 관련된 활쏘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고 한다.
군인권센터는 "감찰 설문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부터 검토해야 할 대목"이라며 "이런 식이라면 훈련소 지휘관이 가혹 행위, 구타, 폭언 등을 했을 때 해결할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육군은 이에 대해 "해당 연대에 국궁장이 임시로 만들어졌던 것은 맞고, 국민신문고로도 민원이 들어왔다"며 "훈련소장이 지난달 초 김 대령에게 경고하고 과녁과 사대를 철수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이 사안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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