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시민들의 산책 등을 위해 개방하기로 한 청와대 앞길에 불법 천막을 설치했다.
지난 22일 오후 5시경 청와대 종합관광홍보관 인근 폭 2~3m 인도에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 조합원 20여 명이 검은색 천막 한 동을 세웠다.
이어 이들은 청와대 방향으로 확성기를 틀고 "문재인 정부는 노동계의 요구를 들어달라"며 "노동 악법 철폐"를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청와대가 같은 날 오전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오는 26일부터 청와대 앞길을 24시간 개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시민들의 야간 경복궁 둘레길 통행이 자유로워져 서울의 대표적인 산책길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금속노조가 청와대 바로 앞에 불법 천막을 설치하며 '시민들의 산책길'은커녕 통행에도 불편을 겪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도로를 무단 점령한 천막은 청와대 앞길 개방과는 무관하게 도로법 74조와 75조에 따라 철거해야 하는 '불법 시설물'이다.
그러나 금속노조는 지난 21일에도 청와대 종합관광홍보관 바로 옆 인도에 천막을 세우고 밤샘 농성을 한 바 있다.
이에 종로구청은 지난 22일 오전 10시경 공무원 20여 명과 용역업체 직원 등을 동원해 불법 천막을 철거했지만, 금속노조는 약 7시간 후 같은 자리에 천막을 다시 세웠다.
이에 대해 종로구청 건설관리과 담당자는 "공권력을 무시하는 모습이 당혹스럽다"면서도 "철거를 강행하면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어 지켜볼 뿐"이라고 한탄했다.
한편 오는 26일부터 24시간 개방되는 청와대 앞길은 청와대 춘추관과 청와대 정문 앞 분수대 광장을 동에서 서로 잇는 지점이다.
이 길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인 지난 1968년 1월 21일 '김신조 무장공비 청와대 습격' 사태 이후 일반인들은 출입할 수 없었다.
황기현 기자 kihyu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