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디지털뉴스팀 = 한 대학생이 철학과 교수를 감동시키는 답안지를 제출해 누리꾼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지난 22일 경희대 철학과 전호근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찢어버린 답안지'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전 교수는 "내 시험은 주어진 주제나, 자기가 쓴 글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찢어버려도 좋다고 권한다"며 "그런데 이번 학기에 정말 답안지를 찢어버린 학생이 있었다. 처음 있는 일이다"라고 감탄했다.
이와 함께 찢어진 답안지 사진을 공개했다. 철학과 1학년인 이 학생은 '인간의 가치 탐색'이라는 수업 제목이 쓰여있는 찢어버린 답안지 위에 접착식 메모지에 글을 써 제출했다.
그 내용에는 "흔히들 이야기하는 '정상적인 판단'을 통해 바람직한 '정답'만을 마치 기계에서 뽑아내듯 강요하는 세상을 거부한다"고 쓰여있다.
이어 "나는 제도가 인간에게 점수를 부여하고, 마치 소고기 등급 매기듯 인간을 재단하기 위한 수단인 '답안지'를 찢어버림으로써 인간이 바로 그러한 예속으로부터 벗어나 참된 자유를 누려야 한다고 주장하고자한다"라며 자신의 소신을 드러냈다.
전 교수는 "학생의 글을 읽으면서 영화 '동주'의 송몽규가 윤치호에게서 받은 상패를 내동댕이쳐버리는 장면이 떠올랐다"면서 "이 학생은 알렉산더의 용기를 지녔다.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칼로 끊어버린!"이라고 감탄했다.
소아시아의 고대 국가 프리기아(Phrygia)의 왕 고르디아스가 자신의 전차에 아주 복잡한 매듭을 묶어 두고 그 매듭을 푸는 자가 훗날 아시아를 정복하게 되리라는 예언을 해 '고르디아스의 매듭'이라 부른다.
고르디아스 역시 예언을 통해 왕이 된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고르디아스를 믿고 매듭을 풀기 위해 애썼지만 아무도 복잡하게 묶인 매듭을 풀지 못했다.
그런데 알렉산더 대왕은 칼을 꺼내 전차에 묶인 매듭을 단숨에 잘라 버렸다. 그렇게 매듭은 전차에서 풀리게 되었고, 고르디아스의 예언처럼 훗날 알렉산더는 동방을 정복하고 왕이 되었다.
전 교수는 답안지를 찢은 이 학생의 패기를 알렉산더의 지혜에 빗대어 표현하며 크게 감동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 또한 "답안를 찢은 학생의 미래가 기대된다"며 입을 모아 칭찬했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