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지난 4월, 시리아에 떨어진 화학 무기는 한 쌍둥이 아빠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당시 화학 무기 공격으로 시리아에서는 최소 86명이 사망했고, 수많은 사람들의 비명과 울음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이처럼 생화학무기를 비롯한 살상 무기는 순식간에 생명을 빼앗고 희망을 짓밟는 재앙과도 같다.
한 번 상상해보자. 지금 서울 도심 한복판에 핵탄두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온몸에 소름이 돋을 것이다.
하지만 살상을 하지 않고도 전쟁을 억제시키며 평화를 지키는 '비살상무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중에서도 상대방을 성적으로 흥분시켜 전투 의지를 떨어뜨리는 발칙한 무기가 있다.
미 공군 연구진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극비리에 제작한 '19금 폭탄'에 대해 알아보자.
1. 극비 계획
지난 1994년 미 공군은 상대방을 효율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화학 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특히나 상대편을 죽이지 않으면서도 전쟁에서 승리를 이끌 수 있는 '비살상 무기'에 집중했다.
이에 미국 오하이오 주 라이트 패터슨(Wright-Patterson) 공군기지의 연구소에서는 6년에 걸쳐 750만 달러(한화 약 86억)를 투자해 비장의 무기를 제작한다.
2. 게이 폭탄(Gay Bomb)
그렇게 개발된 화학 무기 중에서 가장 독특하면서도 강력한 무기가 있었다. 바로 게이 폭탄.
이는 폭탄에 최음제의 일종인 아프로디시악(Aphrodisiac)을 사용한 것으로, 한 번 터지면 유효 사거리 안의 모든 병력에게 강력한 성적 흥분을 일으키도록 설계됐다.
적진의 병사들에게 극도의 흥분을 느끼게 함으로써 사기를 저하시키고 군율을 문란하게 만들 목적이었다.
3. 평화를 지켜라
서로를 죽이지 않으면서도 전쟁을 억제시켜 평화(?)를 수호할 수 있었던 게이 폭탄은 완성 직전 개발을 멈추게 됐다.
성능이 너무 강력해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으며, 폭탄 투하 시 민간인에게까지 효과가 적용될 경우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결국 게이 폭탄은 설계 도면만 남긴 채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4. 이그노벨 평화상 수상
게이 폭탄의 연구진은 살상을 줄이고 평화를 수호하려 앞장선 공을 인정받아 이그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당시 시상식에는 연구진이 참여하지 않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은 게이 폭탄의 엉뚱함과 기발함을 칭송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품위 없는'을 뜻하는 영어 단어 'Ignoble'에 노벨(Novel)이 합쳐진 이그노벨(Ig nobel) 시상식.
이는 기발한 상상력과 이색적인 발명으로 세상을 즐겁게 한 괴짜들에게 주는 일종의 패러디 시상식이다.
지난 1991년부터 매년 하버드 대학교의 샌더스 극장에서 진행됐으며, "괴짜들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김연진 기자 ji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