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권길여 기자 = 6ㆍ25 전쟁에 참전했던 노병이 군 입대한 손자에게 "대한민국을 잘 지켜야 한다"고 부탁했다.
지난 20일 오전 11시께 논산 육군훈련소 대강당에서는 훈련소 교육을 무사히 마친 862명의 신병 수료식이 진행됐다.
6·25 전쟁 참전용사 함현규(88)·이창우(86) 할아버지는 수료식에 참석해 자대로 배치되는 신병들의 오른쪽 어깨에 자그마한 태극기를 붙여줬다.
참전용사 할아버지들은 늠름한 신병들의 모습에 흐뭇해하면서도 자신들이 입대했던 순간, 치열했던 전장, 떠나간 전우들의 모습이 생각나는지 잠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특히 이창우 할아버지는 현장에 친손자인 이하람 이병이 있어 더욱 감회가 새로워 보였다.
이창우 할아버지는 이 이병의 어깨에 태극기를 붙이고 그를 지긋이 바라보더니 힘껏 안아줬다.
이창우 할아버지는 이 이병에게 "대한민국을 잘 부탁한다. 부디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성실히 군 생활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손자의 모습을 보니, 당시 중공군과 치열한 격전을 벌였던 '백암산 전투'에서 함께한 전우들 얼굴이 떠오른다"며 "할아비와 같이 목숨을 걸고 싸운 이들을 잊지 말아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외손자 오진욱 이병을 본 함현규 할아버지도 손자에게 떨리는 손으로 태극기를 붙여줬다.
이후 2년간 조국을 지킬 손자를 향해 절도 있게 거수경례를 했다.
구재서 육군훈련소장은 "참전용사들의 희생정신을 결코 잊지 않겠다"며 "선배 전우들이 피땀으로 지켜온 대한민국을 더욱더 굳건히 지켜낼 수 있도록 정예 신병 육성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권길여 기자 gilyeo@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