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월)

퇴근 후 집에서 쉬다 이웃집 불나자 '맨몸'으로 뛰어든 50대 소방관

인사이트

(좌) 파주소방서 유시종 소방령 / 사진 제공 = 유시종, (우)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연합뉴스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퇴근 후 집에서 쉬던 중 이웃집에서 불이 나자 맨몸으로 뛰어들어 잠든 주민들을 안전히 대피시킨 50대 소방관이 있어 훈훈한 감동을 전한다. 


경기도 파주소방서 재난예방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유시종(56) 소방령이 그 주인공이다.


8일 자정 양주시 덕정동에 위치한 자신의 아파트에서 막 잠자리에 들려던 유 소방관은 매캐한 냄새를 맡고 거실로 나왔다.


가족들에게 집에서 탄내가 난다고 말한 뒤 구석구석 살펴봤지만 별다른 증후가 없었다.


인사이트양주시 덕정동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의 모습 / 사진 제공 = 양주소방서 


의심스러운 마음에 베란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선 유 소방관은 맞은편 동 아파트 9층에서 불길이 치솟는 것을 발견한다.


28년간 화재 현장을 뛰어다녔던 그는 직감적으로 1층 아래를 내려다봤다. 아니나 다를까. 모두들 잠든 시간이라 화재가 발생했는데도 밖으로 대피한 주민들이 거의 없었다.


빨리 주민들을 대피시켜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양말만 신고 목장갑 하나를 챙긴 채 밖으로 뛰쳐나갔다. 


유 소방관은 복도 쪽 창문을 하나씩 열며 계단을 뛰어 올라갔고, 6층부터 문을 두드려 잠든 주민들을 깨웠다.


인사이트양주시 덕정동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의 모습 / 사진 제공 = 양주소방서 


이후 비상 소화전을 이용해 9층 화재 현장에 물을 뿌렸다. 유독가스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올라오자 유 소방관은 한층 아래로 급히 내려갔다.


때마침 신고를 받은 소방관들이 현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유 소방관은 바로 내려가지 않고 소방관들에게 소방 호스를 전해주는 등 마지막까지 화재 진압을 도왔다.


유 소방관은 인사이트와의 통화에서 "화재가 발생한 뒤 10분 내 대피하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위험이 닥친다"며 "골든타임을 사수하기 위해 맨몸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인명 구조에 힘써야 한다는 투철한 책임 의식과 28년 소방관 생활로 터득한 빠른 판단력이 주민들의 소중한 목숨을 구했다.


인사이트양주시 덕정동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의 모습 / 사진 제공 = 양주소방서 


한편 이날 화재는 한 중학생이 속눈썹 화장을 하려 라이터를 사용하다 화장 솜에 불이 옮겨붙으면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불은 약 25분 만에 꺼졌으며, 윗집에 사는 60대 여성이 연기를 마시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속눈썹 올리려 '라이터' 쓰다 아파트 태운 여중생한 여중생이 속눈썹을 화장 도구로 라이터를 쓰다가 아파트에 불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