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아이의 자살 시도 소식을 기사화한 기자에게 지난 3일 오후 이메일 한 통이 배달됐다.
그 속에는 '딸 자살 시도 사건으로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어 국민께 죄송하다'는 문장으로 아버지가 눈물로 써내려간 편지가 첨부돼 있었다.
딸 A(21·여)씨는 지난 1일 오후 4시 33분께 광주 북구의 한 아파트 12층에서 어머니가 밖으로 나가려는 것을 막는다는 이유로 아파트 베란다에 매달렸다.
어머니는 베란다에 위태롭게 매달린 딸을 가까스로 붙잡아 구조될 때까지 꼬박 15분을 버텼다.
A씨는 정신지체 3급의 장애인이었다.
A씨 아버지의 편지에 따르면 A씨가 장애를 가진 것은 네 살 때 뇌척수염이라는 질병을 앓으면서다.
1개월 이상 의식이 없는 채 입원해 있다가 뇌에 손상을 입어 몸은 성인으로 성장해 갔지만, 정신은 어린아이 수준에 머물렀다.
인사성도 밝고 말도 곧잘 했지만, A씨는 항상 어른들의 관심을 받으려고 애썼다.
몰래 집에서 나가 파출소와 소방서를 돌아다니기도 했고, 가끔은 쓰러져서 응급실로 실려 가 응급환자처럼 모든 검사를 해 주기를 바라기도 했다.
A씨가 성인이 되자 파출소나 소방서에 놀러 가지 못하도록 했더니 이제는 112 경찰상황실·119 소방상황실에 전화를 걸어 출동을 요구하거나 응급실로 데려다 달라고 하기 일쑤였다.
어린아이처럼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울거나 자해까지 했다.
자살 시도한 지난 1일에도 이 같은 A씨의 전력을 기억한 지구대 경찰관이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아낸 덕분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아버지는 딸이 장애를 가지게 된 사실을 처음에는 "아닐 거야"라고 강하게 부정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결국 딸의 장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조금이나마 행복한 가정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부모가 몫을 다해 행복한 가정을 꾸려보려 노력했다.
딸을 아내와 함께 보살 필수 있도록 직장의 사무실도 집 앞으로 옮겼다.
그러나 A씨가 나이 어린 시절에는 학교 특수교육에 의지해 키울 수 있었으나, A양이 성인이 된 이후에 그마저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A씨의 부모는 딸이 치료와 훈련으로 행동장애를 조금이라도 극복해 사회생활을 하며 함께 행복하게 지내길 바란다.
그래서 몇몇 교육과 치료를 받아도 봤지만, 전문가들은 모두 포기하고 말았다.
딸의 행동을 치료할 수 있거나, 보호해줄 곳을 애타게 찾았지만 딸을 돌볼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딸을 보살필 곳이 정신병원밖에 없는 상황에 좌절했다.
아버지는 아직도 딸에게 도움이 될만한 시설과 치료 프로그램이 있는지 지금도 찾고 있다.
아버지는 "항상 아내와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저의 소망은 딸의 특이 행동을 고칠 방법을 찾는 것"이라며 "딸을 도와줄 방법을 아는 분은 제발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 둔 가정의 가장 큰 바람은 자식보다 부모가 더 오래 사는 것이다"며 "아이가 죽기 전까지는 돌봐 부모가 먼저 죽어 버림받지 않도록 하고 싶다. 저는 딸에게 항상 미안한 아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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