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 경희대학교의 한 시간 강사가 강의 도중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모욕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노컷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강사 A씨는 지난달 13일 학생들에게 '세월호 사건 때 학생은 물이 차오르는 배에서 왜 탈출하려 하지 않았는가' 등의 과제를 내줬다.
이때 A씨는 "나는 세월호 학생들이 탈출해야 하는 순간에 다들 탈출할 생각은 안 하고 전부 카카오톡에 빠져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과제 내용을 부연 설명하면서 "학생들이 휴대폰으로 카카오톡을 하느라 그 공간에서 일어났어야 할 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하지 않았다. 아무도 탈출 시도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고 그에 대한 동조현상이 일어났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어 "평소에는 말을 안 듣는 고등학생들이 왜 그때는 그렇게 말을 잘 들었냐"는 등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B씨 등 수강생 2명은 한 중앙대 교수가 '세월호 사건의 재판 기록에 따르면 세월호 학생들도 죽기 전에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고 말해 논란을 샀던 신문을 수업에 가져가 읽은 후 A씨의 발언을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지적에도 A씨는 "여러분처럼 아직 학문을 완성하지 못한 친구들은 신문기사 한 꼭지를 보고도 생각이 휙휙 변한다"며 "아직 학문 수준이 낮은 학생들은 냉정을 잡기가 어렵고 나 정도는 돼야 이런 일을 냉정하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A씨는 이에 대해 "대구 지하철 참사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며 동조 효과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한 말이지 그런 취지가 아니었다"며 "어떤 결론을 내고 얘기한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원인이 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생각해보라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학생들의 생각이 다양하기 때문에 과제 평가 기준 역시 내용이 아닌 글씨체 정도였다"며 "학생들이 여러 발언들 가운데 일부만 발취해서 그렇게 말을 하는 게 실망스럽다"고 덧붙였다.
황기현 기자 kihyu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