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범접할 수 없는 높은 장벽과도 같았던 청와대가 달라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끄는 청와대는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참모들은 스스럼없이 대통령과 커피를 나눠마시며 청와대를 거닐었고, 국민들 역시 브라운관을 통해 청와대 춘추관 단상에 오른 문 대통령을 자주 만나고 있다.
마치 굳게 닫혀있던 청와대 문이 활짝 열린 느낌이다. 이는 청와대에서 실제 근무하는 사람들 역시 피부로 느끼고 있는 점이다.
아래 청와대 직원들이 직접 꼽은 달라진 '문재인 청와대'의 풍경들을 모아봤다.
1. "커피는 제가..."
지난 25일 처음으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 들어오자마자 커피부터 찾았다.
물론 비서관에게 가져오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회의 참석자들에게 먼저 "커피가 어디 있냐"고 물었고, 직접 자신의 커피를 내려 마셨다.
문 대통령의 탈권위적인 행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경호원이 상의를 받아주려 하자 문 대통령은 이를 정중히 거절하며 "옷 벗는 정도는 제가 하겠다"고 말했다.
관내 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식사하고 참모진과 커피를 마시는 것 역시 누구나 대통령과 이야기할 수 있는 청와대 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2. 중요한 이야기는 대통령이 직접
지난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첫 인사 발표를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 앞에 문재인 대통령이 나타났다.
대변인 대신 단상에 선 문 대통령은 "앞으로 중요한 내용은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겠다"며 국민과의 소통을 약속했다.
이후에도 문 대통령은 자주 청와대 춘추관에 모습을 드러내 기자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첫 인사를 발표한다며 '밀봉한 봉투'를 들고 들어온 윤창중 대변인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3. 대통령 지시에 이견을 다는 건 참모들의 의무
지난 25일 첫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격의 없는 국정토론을 당부하며 완전히 새로운 회의 운영 방식을 도입했다.
일명 '3無 원칙'이다. 문 대통령은 정해진 '결론'도, 발언에 있어서는 '계급장'도, 무조건 지시를 적어 내려가는 '받아쓰기'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임종석 비서실장이 '대통령 지시사항에 이견을 말할 수 있냐'고 묻자 문 대통령은 "이견을 제기하는 것은 참모들의 의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안에 대한 이견이나 소수의견 역시 국민이 알 수 있도록 모두 공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4. 질문 없으십니까?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후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발표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자신이 준비해온 담화문을 읽은 후 곧바로 퇴장했다.
그 어떤 질문도 받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질문과 답변을 미리 알려준 후 정해진 시나리오대로만 행동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먼저 질문이 없냐고 물어볼 정도로 적극적인 소통 자세를 취했다.
문 대통령뿐만 아니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하는 모든 참모진들이 질문에 주저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5. 월요일 회의는 오전 아닌 '오후'
앞서 격주 월요일 오전에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었던 박근혜 정부와 달리 문재인 정부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회의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월요일만은 오전이 아닌 '오후'에 회의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월요일 일찍 회의하게 되면 실무진은 일요일에 특별 근무를 하게 되니, 그것까지 감안해서 시간을 정해달라"고 말했다.
6. 매일 오전 9시 10분 참모들과의 커피 한 잔
문재인 대통령은 매일 오전 9시 10분쯤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대부분 비서진과 티타임을 가진다.
보통 그날 잡혀있는 일정에 관해 이야기하고 처리해야 할 의제를 점검하는 시간으로 삼는다.
물론 이때도 문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비서진과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한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도 끝없는 토론과 대화를 통해 정책 방향을 결정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