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주인에게 버림받고 길거리에 버려진 유기견들이 가축을 습격하는 포식자가 돼 농촌마을에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21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4일 충북 옥천군에 사는 신모씨는 마당 구석 닭장 문을 열었다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토종닭 20여 마리가 누군가의 습격을 받아 처참한 모습으로 죽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같은 날 바로 옆 오골계 농장을 운영하는 육모씨 역시 6마리 어미 닭을 하루아침에 잃고 말았다.
주민들은 산에서 내려온 족제비나 오소리 같은 야생동물들의 짓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CCTV를 확인해본 결과 닭을 죽인 범인은 다름 아닌 떠돌이개 2마리였다.
지난 2월에도 옥천군의 한 한우농장에 들개 3마리가 들이 닥쳐 10개월 된 송아지 1마리가 처참히 물어 뜯기는 사고가 발생했다.
농장 주인 손모씨는 "시끄러운 소리에 달려가 봤더니 커다란 개 3마리가 송아지를 물어뜯고 있었다"며 "흡사 야생의 늑대 같았다"고 말했다.
현재 농촌 마을은 야생성을 회복한 유기견들의 가축 습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때는 주인의 사랑을 받고 자랐을 반려견들이 맹수로 변신해 이제는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된 것이다.
서울에만 140마리가 넘는 들개들이 북한산·인왕산·관악산 주변에 무리 지어 생활하고 있으며 녀석들은 주택가를 맴돌거나 등산객들을 위협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들개와 마주치면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전 야생동물 구조관리센터 오제영 수의사는 "개의 조상은 이리나 자칼로 알려져 있다"며 "오랫동안 사람 손에서 벗어나면 야생성을 회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을 공격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약자라고 판단되는 노인이나 어린이 등은 위험에 노출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