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모든 어린이가 행복하고 즐거워야 할 5월 5일 어린이날. 이제 두 돌이 막 지난 아들이 아침부터 현관문 앞에 앉아 "아빠가 언제 집에 와요?"라며 애타게 찾았다.
엄마는 아빠를 찾는 어린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미어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아이의 아빠는 지난 3월 음주 뺑소니를 당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 만우절인 4월 1일 거짓말처럼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어린이날을 일주일 앞둔 지난달 29일 인사이트 취재진은 서울 홍대에 있는 한 공연장에서 싱어송라이터 고(故) 김신영(33) 씨의 아내 조모(35) 씨를 만났다. 수척해진 모습으로 인사이트 취재진과 마주 앉은 아내 조씨는 어렵게 남편 김신영 씨에 대해 입을 열었다.
아내 조씨에 따르면 인터넷 설치기사로 일하던 남편 김신영 씨는 꿈 많은 청년이었다. 언젠가는 자신의 이름으로 앨범을 내는 것이 소원이었던 남편 김신영 씨는 밤늦게 퇴근해 피곤한 몸을 끌고 집에 돌아와도 틈틈이 자작곡을 만들며 가수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 김신영 씨의 꿈은 오래가지 못했다. 일요일이던 지난 3월 19일 오전 9시 22분쯤 오토바이를 타고 서울 마포구 성산초교 앞 사거리를 지나가다가 신호 위반을 한 채 시속 109km로 질주하던 승용차에 치이는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하고만 것이다.
당시 남편 김신영 씨는 오토바이를 타고 고객집에 방문하러 가던 길이었다. 가해 차량은 현장에서 그대로 달아났고 마침 순찰을 마치고 지구대로 복귀하던 순찰차가 뺑소니 사고 현장을 목격하고는 도주하던 가해 차량의 뒤를 바로 쫓아갔다.
가해 차량은 사고 지점으로부터 약 400미터 떨어진 건물에 들이 받고서야 멈춰섰고 경찰은 운전석에 탑승해 있던 현역 육군 중사인 장모(24)와 보조석에 앉아있었던 동갑내기 여성 임씨를 긴급 체포했다.
육군 중사 장씨는 경찰에 체포됐을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 정지 수준인 0.07%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가해자인 육군 중사 장씨는 육군 헌병대에 구속돼 5월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음주 뺑소니 사고를 당한 김신영 씨는 곧바로 이대목동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당시 병원에 있던 혈액을 모두 다 써버릴 만큼 출혈이 심했으며 맥박과 혈압 등 활력징후까지 나빠 생명에 매우 위급한 상황이었다.
모든 의료진들이 투입돼 긴급 수술이 진행됐고 김신영 씨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으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나갔지만 4월 1일 오후 4시 거짓말처럼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그곳으로 영원히 떠나고 말았다.
아내 조씨는 인사이트 취재진에게 "남편은 정말 어떻게 해서는 살려고 힘겨워하며 버텨냈었다"며 "두 돌이 막 지난 아들이 아빠를 찾으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내 조씨를 더욱 가슴 아프게 만든 것은 다름아닌 남편의 음주 뺑소니 사건을 맡은 담당 경찰 수사관의 무성의한 조사 태도와 피해자 유가족들의 알권리를 철저하게 묵살했다는 점이다.
또 음주 뺑소니 사건 증거 자료 역시 해당 지검 또는 군검찰에 모두 전달되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가해자인 육군 중사 장씨와 같이 동승해 있던 여성 임씨가 무혐의로 지난달 18일 사건이 종결됐다는 것이 아내 조씨의 주장이다.
아내 조씨는 "담당 경찰 수사관이 유가족인 나에게 사건 진행 등에 대해 알려주거나 제대로 전달해준 사항이 없다"며 "더군다나 가해자 육군 중사 장씨 쪽이 보험 회사를 통해 형사 합의를 종용했고 아직까지 직접 와서 사과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정말 화가 나는 것은 피해자 유가족들이 사건에 대한 알권리가 있음에도 묵살 당했다는 것"이라며 "당시 키리졸브 훈련 기간으로 육군 중사 장씨가 근무지를 무단이탈한 상황이지만 군부대에서는 책임이 없다고 회피하는 것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신영 씨 음주 뺑소니 사고와 관련 수사 진행사항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는 유가족 측 주장에 대해 당시 사건을 맡은 담당 경찰 수사관은 "가해자가 군인 신분이었기 때문에 사고 직후 군 헌병대로 이송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고 당시 동승했던 여성 임씨와 관련 유가족 측에게 사건 송치를 안내했다"며 "자세히 드릴 말씀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아내 조씨는 뺑소니 사고 당시 보조석에 앉아있었던 여성 임씨가 음주운전 방조죄가 성립이 가능한데 너무 빠르게 혐의없음으로 사건이 일단락 처리된 것에 대해 의문이라며 대법원에 진정서를 제출해 항고한 상태다.
아내 조씨는 인사이트 취재진에게 "그 누구도 수사가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는지, 증거자료는 무엇이 있는지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며 "어떻게 피해자 유가족들이 직접 발 벗고 나서서 알아보고 다녀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음주 뺑소니 사고로 거짓말처럼 만우절에 세상을 떠난 故 김신영 씨. 3년 전 그가 아내와 신혼여행을 떠났을 당시 배 속의 아이를 생각해 만든 자작곡만이 남아 그의 빈자리를 대신 채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