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참가자 서류 모집부터 '21:1'이라는 엄청난 경쟁률을 자랑했던 '2017 한강 멍 때리기' 대회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특히 올해에는 독특한 콘셉트와 의상으로 자신의 개성을 뽐낸 참가자들이 대거 등장해 볼거리가 가득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30일 서울 마포구 망원 한강공원에서 열린 '2017 한강 멍때리기 대회'에는 70여 명의 시민들이 참가해 '멍 때리기'의 진수를 발휘했다.
경기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속속들이 모여든 참가자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드러내며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참가번호 5번 임명일(25) 씨는 안전모와 하얀 작업복을 입고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안전관리사로 일하고 있다는 임씨는 "작업자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어 평소에는 멍을 때릴 수 없다"며 "오늘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자녀들과 함께 참여한 아버지도 있었다.
버스운전기사 이헌규(41) 씨는 "시민들을 태우고 운전하다 보니 항상 긴장하는 삶을 살았다"며 "아이들과 함께 멍때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씨 가족은 이번 멍때리기 대회에서 첫번째 탈락자가 됐다.
이밖에도 외국인, 요리 심리치료사, 선생님, 기자 등 다양한 직업의 참가자들이 일상의 피로를 달래기 위해 '멍때리기'에 참가했다.
특히 이번 대회에는 래퍼 MC그리가 출전해 눈길을 끌었다.
MC그리는 "올해는 내가 우승해서 크러쉬 형에 이어 가요계의 계보를 이어가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으나 아쉽게도 순위에 들지 못했다.
90여 분 간의 멍때리기가 진행된 후 심박수 그래프 분석과 시민투표 결과를 합산해 최종 우승자가 가려졌다.
올해 우승자는 잠옷을 입고 멍때리기의 진수를 보여준 김경식, 최범주, 이종덕씨 팀이었다.
2등은 참가번호 김하영씨, 3등은 안전관리사 복장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던 임명일씨가 차지했다.
기관사로 일하고 있다는 조동익씨는 시민투표와 상관없이 가장 안정적인 심박수 그래프를 보여 특별상을 수상했다.
시상은 작년도 우승자 래퍼 크러쉬가 맡았다.
크러쉬는 "확실히 작년보다 훨씬 기량이 높은 참가자들이 출전한 것 같다"며 "작년 우승자로서 감회가 새롭다"는 관전평을 남겼다.
한편 올해 우승자에게는 크리스탈 트로피와 인증서가 수여되며 내년 멍때리기 시상자로 참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