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영화 '레버넌트'의 '디카프리오'를 빼닮은 현대인들

via 영화 '레버넌트' 스틸컷 

 

최근 개봉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레버넌트'는 아메리카 서부 개척시대 이전 19세기 모피무역이 성행했던 당시를 배경으로 한다. 

 

이 영화에서 영화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인디언 여성과 결혼해 아이를 낳은 서양 남자 '휴 글래스' 역으로 출연한다.


아내를 잃은 글래스에게 외아들은 유일한 피붙이이자 삶의 전부다. 그런 아들이 살해당하는 순간, 글래스는 삶의 의미를 잃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아이러니하게도 '복수'를 다짐하며 삶의 이유를 되찾는다. 새롭게 설정한 목표를 향해 몇 번의 죽을 위기를 넘기는 글래스는 처절하게 삶에 집착한다.

목표를 향한 '광기'를 보이며 복수를 향해 달려가는 스토리는 영화의 배경인 광활한 자연과 묘한 대조를 이루면서 관객들의 눈을 끝까지 사로잡는다.

via FoxMoviesKR / YouTube

언뜻 진부한 주제인 '아버지의 복수'를 다룬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19세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시대와 맥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들의 복수를 위해 처절한 환경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아버지가 시종일관 보여준 것은 '광기'였다. 모든 것을 포기한 채 복수에 집착하는 남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자신이 설정한 목적을 위해 아무 거리낌 없이 행동하는 휴 글래스, 그를 보면서 필자는 목적을 위해 그 어떤 것도 마다하는 '현대인'의 얼굴을 떠올렸다.

주인공의 광기가 낯설지 않았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어쩌면 그보다 더한 '광기'를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스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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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은 영화 속 글래스보다 훨씬 풍요롭고 안정된 환경 속에서 살고 있지만,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글래스처럼 '광기'를 드러내며 살아간다.

글래스의 광기가 '복수'라면 현대인에겐 '돈'이라고 말할 수 있다. 

'황금만능주의'가 지배한 지금 사람들은 '돈'이라면 무엇이든 한다. 심지어 돈을 신격화하는 현상이 나타나며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몇 조원의 재산을 가진 기업인이 자신의 내연녀에게 아파트를 사줄 때 회사 공금을 이용하는 행태는 광기 축에도 끼지 못한다. 피를 나눈 형제가 '회장'자리를 놓고 전 국민 앞에서 피 튀기며 싸우는 모습이 예삿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돈을 향한 광기는 기업인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한 온라인 개인 방송 사이트의 BJ들은 시청자들에게서 돈을 받기 위해 별별 해괴한 짓은 다 한다. 도저히 상식 밖의 괴상한 행동을 자행하는 광경을 방송에서 목격할 수 있다.

가슴이 푹 파인 옷을 입고 음란한 춤을 추면서 시청자의 돈을 뜯어내는 일도 빈번하다. '돈'을 많이 가지고 싶다는 집착이 현대인들로 하여금 영혼을 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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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때문에 나타나는 삶에 대한 강한 집착, 이 과정에서 글래스는 거리낌 없이 사람을 죽인다. 아들의 죽음에 그렇게 분노한 그가 다른 이에게 총질을 할 때는 일말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는다. 

마침내 복수해야 할 대상을 마주하고 '거의' 숨통을 끊어 놓은 뒤 주인공은 마지막 칼 한방을 더 찌르지 않았다. 그저 복수의 대상을 강물에 흘려보낼 뿐이다. 

숨통을 끊어놓지 않고 더 처절한 고통을 맛보게 하기 위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가는 순간 아버지의 얼굴은 원했던 목표를 이룬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목적을 위해 그 어떤 것도 망설이지 않고 달려왔지만 그 또한 얻은 게 하나도 없었던 탓이다. 

현대인들은 어떤가. 그런 글래스와 다를 것 하나 없는 현대인들은 '돈'이라는 목적을 이룬 뒤 과연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돈을 위해 가족을 버리고, 사람을 죽이고, 영혼까지 팔면서 뭐든지 하는 현대인들. "돈만 준다면 감옥 정도는 몇 년 갔다 나올 수 있다"고 말하는 고등학생들. 

복수를 끝낸 글래스는 과연 어느 곳에서 삶의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목적을 이루려는 현대인들이 글래스와 다를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 필자는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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