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마법은 모든 것을 무력화시킨다. 지독한 고집도, 단단한 자존심도 저절로 꺾이곤 한다.
그 사람을 위해서라면 시간도 돈도 노력도 아깝지 않다. 그저 무언가를 해줄 수 있다는 게 행복할 따름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런 마음이 부질없게 느껴질 때가 있다. 연애에서의 '현자타임'이랄까.
나만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고 내가 그만두면 언제든 끊어질 관계, 딱 그정도인 것 같다.
상대가 갑작스럽게 이별을 고할까봐 불안하기도 하고 이런 관계에 에너지를 쏟는 게 억울하기도 하다.
그 사람의 마음을 확인하고 자꾸만 잠식해 오는 외로움을 떨쳐버리고자 자꾸 "나를 얼마만큼 사랑하냐" 묻게 된다.
그래도 불만은 해소되지 않고 그 사람에게 바라는 것과 서운한 것만 쌓여간다.
그냥 아는 사이였으면 넘어갈 수도 있는 일들이 하나하나 가슴 속에 박힌다.
서운한 걸 얘기하다 보면 어김없이 다툼으로 이어진다. 이게 싫어 말을 꺼내려다가도 꾹꾹 눌러 참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참다 보면 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까지 참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어느새 상처받기 싫어 나만의 선을 그어놓고 그 이상은 다가가지 않는 계산적인 사랑이 돼버린다.
안타까운 점은 한쪽에서 아낌없이 퍼주는 단계에서 확신을 바라는 단계를 거쳐 마침내 단념하는 단계까지 왔는데도 못 알아차리는 사람도 많다는 것이다.
분명한 점은 이러한 과정을 겪는 쪽은 중간중간 끊임없는 위험 신호를 보냈다는 사실이다.
연락이나 표현 문제의 언급 횟수가 늘어났다는 것은 "제발 나를 더 사랑해줘"라는 신호와 같다.
자신의 신호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혼자 서서히 마음을 접는 최악의 상황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 글을 읽고 늦게나마 그 사람이 보냈던 신호를 눈치챘다면 이제부터는 관계를 역전시켜보는 건 어떨까.
그 사람이 사랑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아낌없이 퍼주는 것이다. 방법을 모르겠다면 '지금까지 받은대로만' 하면 된다.
'내가 지금까지 잘 못했구나'하는 반성과 '나를 이렇게나 맹목적으로 사랑해줬구나'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면 이미 반은 성공했다.
바라는 것도 서운한 것도 없는 뜨뜻미지근한 사랑을 할지, 그 사람이 없으면 죽을 것 같은 후끈한 사랑을 할지는 당신에게 달렸다.